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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은 Sep 03. 2021

4달 뒤에 서른이 되는 시점에서

29.9살의 기록

4달 뒤에 서른이 되는 시점에서, 나에 대해 생각해봤다. 갓 대학생이 되었을 때, 친구들과 나는 우스갯소리로 서른이 되면 진짜 인생 사는 재미가 없겠다 말했었다. 그때는 서른이 되면 모든 게 결정나있을 줄 알았다. 남편도, 직장도, 집도, 차도 다 결정나서 재미가 없을 것 같았다.


결론적으로, 29.9살인 나는 아직도 사는 게 재밌다. 아직도 나는 미완성이고, 내가 완전한 어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도 맛있는 음식에 집착하고, 사랑이 뜻대로 안 되어서 속상해하고, 일이 안 풀릴 때면 퇴근하는 길에 전화기를 들고 엄마에게 미주알 고주알 힘든 일을 털어놓는다.




29.9살인 나는 아직도 꿈을 꾼다. 언젠가 내 학원을 차려야지, 내 노하우가 담긴 책을 출판해야지, 대중을 대상으로 강의를 해봐야지, 경제적 자유를 누려봐야지, 내가 좋아하는 인디 뮤지션들 공연에도 직접 가봐야지, 우리 부모님 해외 여행 보내드려야지... 서른이 되면 꿈꾸지 않을 줄 알았는데, 어린 시절 나의 예상은 빗나갔다.




좋은 어른이 되고 싶었는데 지금 내가 과연 좋은 어른인지에 대한 답은, 아무리 고민해봐도 잘 모르겠다.


그래도 최근에 생긴 어른다운 면은, 감정기복이 많이 줄었다. 일에 대한 애착이 생기고 일에 몰입하게 되자, 감정기복이 크면 일에 지장이 생긴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기분 나쁜 일이 있어도 웃으면서 학생들을 대하고, 집중해서 수업을 하고 있다.


어쩌다보니 이는 모든 일상에도 적용이 되고 있다. 일상에서 기분 나쁜 일이 생겨도, 내가 행복해지는 일들을 함으로써 그 일을 쉽게 털어버린다.


그러다보니 어느 날부터 '행복하다'라는 감정을 자주 느낀다. 그래서 나에게는 지금이 내가 살아온 인생에서 제일 행복한 날인 것 같다.


색으로 따지자면 파스텔 톤의 하늘색이나 핑크색 같다. 그래서 앞으로의 인생도 더 기대가 된다. 30대의, 40대의, 그리고 그 이후의 나의 인생은 또 어떤 색을 가지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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