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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은 May 10. 2022

방 한 칸에 갇혀서 7일을 보낸다면?

코로나에 걸렸습니다

코로나가 시작되고 너무 오랜 기간 멀쩡해서, 나는 내가 말로만 듣던 슈퍼항체 보유자인 줄 알았다. 긴장의 끈을 풀어 버릴 무렵, 코로나에 걸렸다.


2022년 5월 9일 월요일 오전에 신속항원검사로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나는 내가 코로나라고 5월 7일 토요일 밤부터 느낌이 왔다.


토요일 오후까지는 기침이 살짝 나고 목이 쉰 걸 보니 일교차 때문에 목감기가 왔나보다 했는데, 밤에 자려고 누웠는데 오한이 들고 코가 막혀서 숨이 잘 안 쉬어졌다. 몸살 난 것 같이 몸도 아팠다.


'이게 코로나가 아닐 리 없다.'


어찌어찌 잠이 들면서 그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이번에는 코로나 같았다.


다음날인 일요일 오후에 자가진단키트로 두 줄이 떴다. 역시나 코로나였다.




한달 전쯤, 한참 일에 적응하고 있을 때 했던 생각은 코로나가 걸려도 미미한 증상이면 그냥 모르고 일하면서 넘어갈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막상 코로나 확진을 받고 약을 타서 집으로 향하는 길에서, 몸이 부서질 듯 아파서, 한달 전쯤에 했던 생각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아픈데 일을 하는 게 말이 안된다.


처방받은 약을 먹고서야 몸이 좀 진정되었다. 나는 어머님, 아버님과 같은 집에 살고 있기 때문에 상태가 호전되어도 내 방에서 나올 수 없다. 함께 사는 강아지도 있기 때문에 여러 모로 조심해야 한다.


삼시 세끼 밥시간만 되면 어머님이 방문 앞에 밥을 놓아주셔서 먹고, 그 외의 시간은 내 마음대로 보내면 된다. 가장 자연스러운 나의 모습이 나오게 되는 이 상황에서,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일단 아픈 와중에도 처음했던 행동은 핸드폰을 들고 학원에 내 상태를 알렸고,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이 계신 오픈채팅방에서 내 상태를 알렸다. 그리고 평소에 오픈채팅방에서 공지하던 것들을 공지했다. 레벨 팀장님들께 담임인 반에 무슨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달라고 말씀드렸고, 실제로 가벼운 일들을 노트북으로 처리했다. 내가 아프다고 모든 게 올 스탑 되는 게 싫었다. 모든 걸 놓아버리고 쉬고 싶진 않았다.


그리고 시간이 남으면, 정말 오랜만에 손에 샤프를 들고 노트에 글을 써내려갔다. 혼자 있을 시간이 별로 없었던 탓에, 스스로의 솔직한 이야기를 담는 글을 손으로 써내려간 지가 오래 되었다. 7일 동안 하루에 한 편의 글은 써야지. 생각했다. 나는 그 소리가 정말 좋다. 노트 위에 사각사각 거리는 샤프의 소리. 마음이 즐거워지는 소리다.


그러고도 시간이 남으면 핸드폰을 들고 유튜브, 인스타, 카톡, 브런치 등등 어플들을 돌면서 정보도 습득하고 웃긴 이야기에 혼자 웃기도 하고 있다. 자가격리 7일의 기간이 끝나면 하고 싶은 것들을 생각해보기도 하면서.


잠도 많이 잔다. 자다 깨다를 무한 반복하고 있다. 그러다가 문득 너무 안 움직이는 것 같아서 스트레칭도 하고 가벼운 맨몸 운동도 하고 한다.




딴 건 괜찮은데, 사랑스러운 우리집 강아지를 껴안고 부둥부둥하지 못하는 게 좀 힘들다. 강아지가 가끔 나를 찾는다고 멀리서 짖어댈 때면 맘이 아프다. 마스크를 끼고 방문을 열라 치면 어머님이 나보고 얼른 들어가라고 하신다.


7일. 솔직히 얘기하면, 내 인생에서 가만히 방에 갇혀서 7일을 보내는 시간이 또 올까 싶다. 일을 좋아하고, 앞으로도 평생 일하고 싶은 내 인생에 오롯이 7일을 쉴 수 있는 때가 있을까. 그리고 집에 붙어있질 않는 내가 집에서, 방에서 7일을 보내는 때가 또 올까.


일단, 제가 한 번 7일을 잘 보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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