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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은 May 15. 2022

자가격리 마지막날의 고찰

이중적인 심리에 대하여

어린 시절에 힘든 일이 다가오면, 항상 이 힘든 일만 지나가면 모든 게 해결 될 거라고 믿었었는데, 30살의 나는 그때처럼 마냥 낙관주의자는 아니다.


코로나 자가격리 기간, 시간이 흐를수록 답답하고 이 기간만 지나면 모든 삶이 행복할 것 같았지만, 아마 아닐 거다. 나는 그걸 알고 있다.




코로나 자가격리가 처음 시작되었을 때는 건강만 회복되면 참 좋겠다 싶을 정도로 몸이 아팠다. 폐에 이상에 생긴 건 아닐까, 몸에 무리가 간 건 아닐까 몸을 살피는 데 신경이 쏠려있었다.


건강에 대해서 염려가 되었을 때, 가장 힘이 된 건 역시나 '가족'이었다. 장난기가 많은 가족이기에, 나한테 그렇게 돌아다닐 때 알아봤다고, 꼬시다며 장난스럽게 말을 걸어오는 부모님 덕분에 상황이 훨씬 가볍게 느껴졌다.



알뜰살뜰 식사도 챙겨주셨다. 과일을 진짜 많이 먹었다. 딸기, 오렌지, 참외, 수박... 딸의 건강에 도움이 되고 싶으셨는지 과일을 끊임없이 챙겨주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먹었다.




3일째에는 집에 있는 런닝머신으로 한시간씩 운동을 시작했다. 너무 따분해서 운동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래 들으며 운동하는 시간에는 잠시 이 상황을 잊어버렸다.


4~5일째부터는, 일상 속에서 만나던 사람들이 너무 그리웠다. 동료 선생님들, 친구들, 지인들과 소소한 대화를 나누던 일상이 그리워서 거짓말 안 보태고 진심으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사람을 워낙 좋아해서, 혼자 방에서 보내는 시간이 답답했다.


그래서 나의 건강을 염려하는 카톡이 오기만 하면, 상대를 붙잡아두고 이런 저런 말을 하면서 조금이라도 그 답답함을 해소하려고 했다.




6일째. 고비였다. 주말의 시작이었다. 날씨가 너무 좋았다. 주말에 에너지를 받아서 그 에너지를 평일에 일 할 때 쓰는 나로서는, 인스타에 올라오는 친구들의 행복한 주말 일상이 부럽기 그지 없었다.


'아프지 말자. 다시는 아프지 말자.'


속으로 되뇌이며, 이번 주말만 아무 일 없이 심심하게 보내자 생각하며, 바깥 공기라도 마시자 싶어 하루종일 창문을 열어놓았다.




드디어, 7일째. 자가격리의 마지막날. 밤 12시가 땡하고 나면 일탈이라도 해야 하나 고민하는 이 시간. 나는 현실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일부터 학원에 바로 복귀하기로 했는데, 내가 아팠던 기간에 내 수업을 대강해주신 선생님들께 드릴 작은 선물들도 내일 아침에 준비해야하고...그러면 아침에 바쁠 테고, 수업 준비할 시간이 없을 테니까 오늘 수업 진도 체크하고 수업 준비도 해놔야 되고..코로나 생활 지원금은 또 언제 신청하지?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이제 더이상 지루한 24시간을 어떻게 쓸 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지만, 다시 일상의 고민들이 쏟아진다.


멀리 여행을 떠났다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속에 있는 것 같다.


다시 일상이다. 다시는 '자가격리'라는 단어도 듣기 싫지만, 일상으로 복귀해서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잘 하겠지.


학교에 처음 들어갔을 때도, 처음 학원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도, 이직하고 첫 날에도 지금과 똑같이 고민했지만, 늘 나는 기대보다 더 잘했었다.


잘 하겠지. 어떻게든 되겠지. 스스로 다독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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