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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은 Aug 18. 2021

내가 가장 사랑하는 시간


학생들의 여름 방학이 끝났다. 그래서 다시 밤10시 퇴근이다. 출근은 오후1시~2시 정도로 미뤄졌다.


나의 학기 중 루틴은 이렇다. 아침 6시쯤 일어나서 잠을 깨느라 노래를 듣는다. 정신이 깨면 바로 책상 앞에 앉아서 책을 읽는다. 그리고 노트에 글을 한 편 쓰고 쓰기로운 생활에 업데이트 한다. 글을 쓰고 나면 결제해놓은 클래스101 강의를 한두개 정도 듣는다.


그 다음 순서는 수업 준비다. 그 날의 수업에 대한 준비는 보통 그 날 아침에 이루어진다. 그만큼 집중을 필요로 하는 시간이다.


수업 준비가 끝날 때쯤은 보통 오전10시 정도가 되는데, 그때 다시 조금은 가벼워진 마음으로 잠에 든다. 12시쯤 일어나서 밥을 먹고 챙겨서 출근한다.


그리고 밤10시에 퇴근해서 집에 와서 아무 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는다. 쉬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한 시간이라, 폰만 만지작 거리고 침대에 엎드려서 누워있다.


그러다 씻고 정식으로 잠자리에 드는 건 보통 밤12시 이전이다. 잠자리에 들면 거의 바로 잠에 드는 편이다.


사람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시간이 알차게 사는 아침 시간일 거라고 추측한다. 좋은 추측이긴 하지만, 정답은 아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시간은 밤10시 이후다. 직장에서 할 일을 다하고 와서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시간.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와서 힘이 하나도 없지만, 아무 것도 해야할 의무가 없는 시간이라 모든 게 괜찮은 시간.


밤10시 이후에서 내가 느끼는 다음날 오후1시 출근 시간은, 오지 않을 것 같이 멀게 느껴지고, 덕분에 나는 침대에 가만히 누워 숨만 고르면서도 자유를 만끽한다.


아침 시간도 물론 나를 채우는 시간이라 의미가 있지만, 이때는 해야할 것들이 앞에 있어 마음이 바쁜 느낌이다. 소중한 시간이지만, 밤10시 이후의 나의 시간과 바꿀 정도의 느낌은 아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밤10시 이후의 시간이, 내 일상의 원동력이라고 하면 좀 역설적이려나. 하지만 내게는 분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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