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그 안의 어두움

by Lina

멀리서부터 철컹, 철컹, 시커먼 지하철 터널 속 내 앞으로 기어 나온 것은 팔다리가 잘린 채 꿈틀대는 아빠 그가 입을 벌리면 안에서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벌레 떼 까만 잔털이 박힌 수십 개의 다리가 버석버석 그들은 나와 너와 너의 동생을 남김없이 갉아먹곤 긴, 긴 밤에... 이름도 없는 흰 꽃다발을 한 무더기 안은 소녀 바로 내가 되고 날 휘감는 초록의 혀 그는 팔다리도 없이 나를 삼키고, 뱉어내고, 다시 삼키고, 그럴 때마다 날 집어삼킬 듯 샛노란 시선 서로가 흔들리는 터널 속에서 철컹, 철컹, 씻어낼 수 없는 춤, 끊임없는 광란 속 집으로 돌아가고자 흠뻑 젖은 발걸음. 당신의 혀는 매우 날카로워 날 갈기갈기 찢는다.


밤하늘 속 모두를 설레게 하는 가녀린 모성의 빛 엄마 날 감싸주는 존재 어둠 속에서도 나만을 위해 내 주위를 밝혀줄 여인 그런 우주의 빛 안개 같은 구름에 에워싸여 잔잔한 흐름을 흩뜨리는 그녀 분명 소녀일 때가 있었겠지만 낭만을 저버리고 중년의 테를 두른 채 여전히 자신을 돌보지 않고 희생을 강요당하지 않지만 스스로 희생에 뛰어드는 그녀는 하루 몇십 번씩 자신을 버렸다 달, 어쩌면 모든 여인의 엄마, 눈부신 희생의 빛.


능금 너의 덜 익은 가슴은 바알갛게 익어가는 진주와 같아서 아삭 베어 물면 입 안 가득 퍼질 네 살 내음이 내 몸속 깊이 하얗게 시어질 테지 네 가슴을 쪼아 먹는 것은 내가 아닌 내 안에 깃든 한 마리 까마귀라 삼키면 삼킬수록 새빨갛게 물들어 익고 서서 울어라, 짐승마냥 포효하도록 빛나는 너의 두 눈은 언제나 탐스러워 길 가던 모든 이들을 멈추게 만드네 너의 마지막 숨소리 속 배웅하는 작은 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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