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

by Lina

내 마음속 깊은 고요 그 속 가득 그대가 넘치네

채 앉지도 못하고 긴긴 시간 부어오는 장화 속 다리를 가누며

목청이 터져라 쉬이 손에 들어온 작은 생명을 팔아보아도 정작 내 손에 쥐는 돈은 한 끼 식사로 끝나버리고 머리카락 속 깊숙이 박힌 비린내 마냥 그렇게 독하도록 지워지지도 않는 그대여, 시도 때도 없이 육중한 몸을 요란하게 흔들어 내 맘 속 고요를 어지럽히곤 하네
가끔 보이지도 않는 그대로 마음이 뒤죽박죽이 된 날이면 난 내야 하지 말아야 할 화를 엉뚱한 자에게 내지르고 화는 대부분 위에서 아래로 흐르나 주로 나의 어미 아비 세 살 난 남편에게 내지른 화는, 못난 그대를 덮지도 못한 채 재가 되어 씻겨 내리지도 못한 채 맘 속 가난 한가운데 덜 메친 밀가루 반죽인 채, 채 씹히지도 않는 무청 시래기처럼 얽히고 설키고 웅켜버리고 내 마음속 고요 그것은 저주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기분으로 줄줄이 이어져 내려온

어쩌면 나의 할머니 그 위의 어머니 그 위 할머니로부터의

가난, 그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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