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죄

by Lina

긴 혓바닥을 내밀어 어둠을 핥는 달, 구석구석 핥아내린 어둠 사이로 벌거벗은 내 남편이 보이면 길게 자란 야생초 줄기 사이에 세살 난 제임스의 간을 숨겨놓은 채 발 뒤꿈치를 들고 살금살금 그러다 나와 눈이 마주치면 새빠알간 송곳니로 멋쩍은 웃음을 짓는

아담, 멀리서 비늘덮인 몸뚱이로 내 허벅지를 더럽히던 그를 보고도 내게 달려오지 않았던 건 아직 하늘의 아들이기 때문이며 여우의 몸을 가진 내 남편은 분명 아득히 쾌락에 젖은 내 눈빛을 보았음이라 그만들 좀 하시죠, 페르시아만이 고작 프랑스 파리라면 촌스럽잖아, 메소포타미아에서

이브, 공작새의 깃털로 머리를 빗으며 뒤돌아 앉아있던 그녀 깔깔 웃던 목소리 끝에 스며있던 독과 파란색 입술 사이 베이비 파우더를 뿌린 두 갈래의 혓바닥 난 말야, 다섯살이면 좋겠어 적어도 제임스보단 누나니까 달콤하게 속삭이던 목소리 끝 저주가

제임스, 평생 진흙 위를 기어다녔던 건 간을 내주지 않으려던 처절한 몸부림 하지만 내 남편은 긴 꼬챙이 끝 달을 매달아 네 머리를 내려쳤어 그래야 달의 긴 혓바닥이 네 목구멍으로 들어가 간을 꺼낼 수 있었으니까 동그랗고 새빠알간 네 간은 훗날 먹으면 죽게 된다며 후손들이 떠들었으나 그 누구도 이곳에서 있었던 일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리 귀엽고 천진했던 제임스여 그리고 나 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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