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똥이다.

배설의 과정에 대하여

by 정누리

글을 '배설'하는 과정이라 하는 이들이 많다.


항상 황금똥만 나오진 않는다.

언제는 설사, 언제는 토끼 똥.


마찬가지로 글도 항상 좋은 글이 나오진 않는다.


장염에 시달릴 때 쓴 글은 마찬가지로 빨리 결론을 내려고 주르륵 흘러내린다.

스트레스가 엄청나게 쌓였을 때는 한 글자도 앞으로 내딛지 못 하고 꽉 막혀있다.


하지만 우리는 매일매일 화장실에 간다.

내 몸이 날아갈 듯이 상쾌하고,

모든 영감을 빨아들였을 때

그때야 말로 애를 낳은 것 같은 희열을 느끼게 된다.


그럼 어떤 이는

글을 쓰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니냐 할 수 있지만,


우리는 명심해야한다.

설사보다 무서운 것은 변비다.

나오는 것보다 무서운 것이 막혀있는 것이다.


출구가 막혀 고여서 내 안에서 썩으면

내 얼굴도 노랗게 될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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