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신기한 일이다.
내 얘기를 하는 건 참 쉽다.
남의 얘기(주인공은 내가 아니니까)를 하는 건 어렵다.
봉준호는 반대로 얘기했다.
"내 얘기를 쓴다는 건 굉장히 위험한 거예요. 그렇지 않아요?"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이런 말이었다.
난 뭐지. 위험한 걸 좋아하는 변태인가.
더 웃긴 건,
에세이를 쓰면 소설이 쓰고 싶어진다.
소설을 쓰면 에세이가 쓰고 싶어진다.
난 법칙을 발견했다.
영감은 '점액낭종'이다.
단어가 상당히 어려워보이는 데, 누구나 갖고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입 점막에 나는 작은 물집이다.
변태같지만, 이걸 혀로 더듬어서 치아로 톡 터트리면 재밌다.
이 물집은 터트리려고 혓바닥으로 더듬으면
미끌미끌 요리조리 잘도 피한다.
남이 보면 우스꽝스러운 얼굴이 된다. 웬만해선 안 쓰는 근육들을 쓰니까.
터트리고 나면 내가 이러려고 이렇게 애썼나 허무해진다.
영감도 그렇다.
이리로 가라 하면 저리로 가고, 저리로 가라 하면 이리로 간다.
완전 청개구리다.
간신히 잡으면 별 것 아니다.
그러니까 무시하자.
없는 셈 치자.
그럼 또 청개구리처럼 나타나니까.
결론. 쓰고 싶지 않을 땐 온 힘을 다 해 쓰지 말자.
그럼 또 쓰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