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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누리 Sep 28. 2022

망한 라따뚜이 이야기

라따뚜이와 정치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첫번째로 그릴레인지에 돌린 라따뚜이


 에어프라이어를 샀다. 라따뚜이때문에.


 내게 에어프라이어는 경계대상이었다. 난 365일 다이어터니까. 신발 튀김을 넣어도 맛있어진다는 후기를 보면 더욱 그랬다. 나의 식사는 맛있을 필요가 없다. 맛있으면 더 먹게 된다. 안 사. 안 사.


 근데 결국 샀다. 그것도 오븐형 16L 본격적인 에어프라이어로. 문제는 라따뚜이였다. 왜 꽂힌 건진 모르겠지만 가끔 라따뚜이 요리가 생각날 때가 있다. 하지만 전자레인지로는 만들 수 없다. 다 타버리니까. 삼성 비스포크 그릴레인지가 마침 집에 있어 그릴로 구워봤다. 처음엔 되는 듯했다. 하지만 하나도 익지 않았다.


 채소를 처음에 한번씩 볶아.


 엄마는 말했다. 맞다.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다. 그건 라따뚜이가 아니다. 그건 볶은 재료를 재배치한 요리일 뿐이다. 풋풋한 상태로 오븐 속에 들어가, 소스와 함께 농익어 다른 모습으로 바뀌어야한다. 그게 바로 프랑스 요리 라따뚜이다.


 에어프라이어를 사면 되지 않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름도 '오븐형'이다. 후기를 검색해보면 오븐이나 에어프라이어나 크게 차이가 없단다. 그럼 에어프라이어를 사자. 난 2~3년 간 멀리 했던 기계를 단숨에 샀다. 그놈의 라따뚜이때문에.


에어프라이어에 구운 라따뚜이였던 것


 열 조절 실패인지 이번에도 망했다. 가지는 생각보다 극단적인 놈이고, 애호박은 생각보다 우직한 놈이다. 가지는 끝만 타서 아수라백작처럼 되어버렸고, 애호박은 겉만 조금 익었나. 안에는 여전히 으적으적 생호박이다. 집에서 남아도는 콩까지 섞는 바람에 제대로 이상한 야채 버무리가 되었다.


 정치랑 비슷하다. 겉으로 보면 화려한데 안에서 보면 하나하나 영글은 것이 없다. 어디서부터 손대야할지 모른다. 더 재밌는 점은, 애초에 그들은 날것으로 먹어도 상관 없는 존재였다. 괜히 치장을 해서 어설픈 꼴이 되었을 뿐.


 선거를 마치고 집에서 쉬고 계신 아빠는 오늘도 밥을 맛있게 드신다. 내 라따뚜이만 빼고.


P.S 11월까지 집필해야할 글이 있어 당분간 업로드가 느립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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