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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누리 Sep 23. 2022

아빠가 쿠팡맨이 되었다

어떻게 쉬는 시간을 안 줄 수가 있어.

출처 선경이앤씨


삼일천하.

아빠가 쿠팡을 다녀온 것은 딱 삼일이다.


하도 집에서 일, 일 하는 것이 지겨웠던 엄마는 아빠를 쿠팡에 지원시켜버린다.

아빠는 일을 하지 않으면 몸이 간지러운가보다.

되려 좋다고 신이 났다.


엄마. 저러다 진짜 되면 어쩌려고 그래? 아빠 몸 쓰는 일 한번 안 해봤잖아.

설마 60살 가까워진 남성에게 연락이 오겠어.


그러나 연락이 왔다. 쿠팡입니다. O월 O일 9시까지 오시고요. 이날은 웰컴데이니까 교육만 할 거예요.


아빠 얼굴이 새학기 첫 등교 날 어린 아이같다.

난 PT 선생님께 배운 무게 치는 법을 아빠에게 가르쳐준다.


허리로 들지 말란 말야.


데드리프트를 떠올리며.

들때 허리로 들면 안돼. 허리 나가.

고관절과 햄스트링을 쓰는거야. 이렇게, 이렇게.

우리 아빠는 몸치다.

어찌 됐던 속성강의가 끝났다.


다녀올게.

호기롭게 말한 아빠는 그 다음 날 다른 사람이 돼서 왔다.

 피부가 거매지고, 눈이 열에 차올라 벌겋다.

알고보니 택배 중에도 가장 악명높은 상하차를 새벽 4시까지 하고 온 것이다.

아빠는 K.O.패를 당했다.


그는 대기업과 몇번 맞서싸운 적이 있다.

동네 지역상권을 무너뜨리는 현대프리미엄아울렛이 들어왔을 때나,

지역 아울렛을 지키려고 노력했던 적 등등.


하지만 지금처럼 완전한 맨몸으로 맞선 때는 없었다.

쿠팡은 싸울 맘이 없었지만.


아빠는 황당해하며 말한다.

어떻게 9시간동안 밥먹는 시간 빼고 한 번을 쉴 수가 없어.

그는 복도에 놓인 로켓프레시 상자를 보면 작은 아우성을 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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