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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누리 Sep 27. 2022

새벽 5시, 건물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공사소음 덕에 알게 된 우리 마을 조례안

 


일요일 새벽이다. 맞은편 집들 모두 불이 꺼져있었다.


 난데 없이 '두두두두두'하는 굉음이 들린다. 벌떡 일어나 주변을 살핀다. 또다시 '두두두두두'하는 대포 소리가 들린다. 창문으로 머리를 빼보니 1층 상가에서 입점 공사를 하고 있다. 껌껌한 새벽 5시에. 그것도 일요일에.


 오늘로써 두번째 굉음이었다. 토요일에는 그냥 넘어갔다. 이건 도를 넘었다. 아빠는 관리사무실에 전화했다.


"지금 1층에서 가게 공사를 하고 있는데요. 새벽에 이래도 되는 겁니까?"


 나이가 꽤 들어보이는 목소리의 관리인이 태연하게 말한다.


"음… 뭐 어쩌겠어요."


 정말이지 여유로우시군요. 됐다. 이건 관리실에 얘기할 게 아니다. 난 경기도 120콜센터에 전화를 건다. 031-120.


"주말 새벽부터 공사소음이 너무 큰데요. 담당부서 연결 부탁드립니다."


 콜센터는 신속하게 우리 동네 당직실에 연결시켜준다. 10분 뒤 작은 소란이 들린다. 그리고 드릴 뚫는 소리가 1/10로 줄어든다. 정해진 스케쥴이 있으니 아예 취소는 못 하고, 할 수 있는 것이라도 한다. 저것까지 뭐라하긴 힘들겠지.


"다산콜센터가 있는 건 어떻게 알았어?"

"나 여기 전화만 5번째야."


 아빠의 물음에 답한다. 참 다양한 이유로 전화했다. 고속도로에 쓰러져있는 고라니, 집 앞에 전복되어있는 트럭, 새벽 내내 어디선가 울리는 사이렌 등등등… 그때마다 콜센터는 중개 역할을 톡톡히 한다.


"근데 공사 시간까지 제한할 수 있는 법은 없나봐. 양해만 부탁하는 거지."


 머릴 긁적이던 아빠는 갑자기 탄성을 내뱉는다.


"생각해보니 시 조례가 있어."


 인터넷을 두들기더니 곧바로 내게 내용을 보여준다. 아빠는 프로다.


자치법규정보시스템(https://www.elis.go.kr/)



제8조(특정장비 사용의 제한) ① 시장은『소음·진동관리법 시행규칙』(이하 "규칙"이라 한다) 제21조에 따른 특정공사 사전신고 대상 공사장에서 사용하는 별표9의 기계ㆍ장비에 대하여 규칙의 생활소음ㆍ진동의 규제기준을 초과한 경우에는 오전8시 이전과 오후6시 이후(동절기 오전8시 이전과 오후5시 이후)에 사용하는 것을 제한할 수 있다.<개정 2022.9.21.>


제9조(지도점검) 시장은 주민의 고요하고 평온한 생활환경 유지를 위해 다음 각 호에 대하여 지도점검을 할 수 있다.

1. 공사장 등의 소음에 대하여 저감대책 이행의무를 하지 않는 행위

2. 주거지역내에서 이동하며 확성기를 사용하거나, 자동차 등에 음향장치를 부착 사용하는 이동소음 발생 행위

3. 기타 생활소음으로 인하여 주민의 정신건강과 고요하고 평온한 주거안정을 저해하는 행위


 조례를 보고나니, 괜히 공사에 훼방 놓은 사람이 된 것같은 찜찜함이 가라앉았다. 시에서 엄연히 '피해를 주는 행위'로 규정해놓았기 때문이다. 갑자기 궁금한 점이 생긴다. 우리는 우리 지역만의 규칙을 얼마나 많이 알고 있을까? 난 그 규칙들을 잘 지키고 있을까?


 공사소음때문에 힘들어하고 있거나, 혹은 우리 마을의 규칙이 궁금하다면 짬을 내어 자치법규정보시스템(https://www.elis.go.kr/)에 들어가보자. 작은 도움을 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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