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날에는 2호선을 타세요
7호선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는 순간이 참 파랗다. 7호선을 타고 컴컴한 지하를 재빠르게 달려 나온다. 그리고 길게 뻗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거기서 계단 몇 개 더 올라가면 차가운 바람이 휘몰아치는 2호선 라인에 설 수 있다. 저 멀리서 갈아 탈 지하철이 다가온다. 지하철이 나타나기도 전에 공기의 흐름과 뒤숭숭한 소리로 먼저 알 수 있다. 내가 서 있는 곳이 타인의 목적지가 되고, 서로 다른 곳을 향해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역.
초록색 지하철은 내가 가장 싫어하기도, 가장 좋아하기도 한다. 타는 시간에 따라 마음이 달라진다. 으레 출퇴근 시간이라고 정해진 때에는 나도 모르게 2호선을 피하고, 그렇지 않은 시간에는 얼른 교통카드를 찍고 들어간다. 다행히도 나의 출근 시간은 다른 사람의 출근 시간과 맞물리기 않기에 2호선을 타는 게 거리낌 없다. 드문드문 앉아있는 사람들, 유리창을 타고 들어오는 봄볕, 한가함이 당연하게 느껴지는 공간. 앉을자리가 넘치는데도 나는 2호선에서 늘 서 있다. 하늘 때문이다.
얼마 전, 2호선의 창문 윗부분이 파란빛으로 물들어 있다는 걸 깨달았다. 다른 지하철도 이런가 싶어 주의 깊게 살펴보니 적어도 내가 타고 다니는 지하철 중에는 2호선 밖에 없었다. 창 밖으로 보였던 푸른 세상 중 절반은 창문에 물들어 있는 빛 때문이었나 보다. 그래서 그런지 아무리 흐려도, 미세 먼지로 공기 질이 엉망이더라도 세상은 항상 파랗게 보였다. 세상이 뿌옇더라도 눈을 통해 보는 세상만큼은 파랬으면 좋겠다는 누군가의 소망이었을까. 의식하고 나니 서울의 하늘이 언제나 같은 색으로 보였다. 회색 구름을 가려주는 파란 창문, 맑은 하늘을 더 청량하게 만들어주는 파란 창문.
마음의 창문에도 파란빛을 바르고 싶다. 다른 사람이 보는 내가 언제나 좋아 보일 수 있게. 날이 갈수록 마음을 가리는 게 어려워진다. 감추려고 애쓰지만 나도 모르게 얼굴로 드러나는 우울과 짜증, 지루함. 그 위로 2호선의 파란 창문을 떼어다 달고 싶다. 마음 안으로 비춰오는 푸르름이 포근하게 느껴지고, 마음 밖으로 드러나는 어두움이 창문 하나로 숨겨질 수 있게.
내일도 2호선 창문을 통해 바라보는 세상은 새파랄 것이다. 흐려도, 맑아도. 비가 와도 3월 중순에 갑자기 눈이 오더라도. 창문이 푸르니 하늘도 언제나 푸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