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눈꽃 Jul 20. 2021

12:25에 남기는 7/20

벌써 칠월이구나 시간이 가긴 가네



  1. 각 잡고 쓰는 글보다 숫자를 붙여 아무렇게나 뱉는 글이 더 좋을 때가 있다. 아니, 실은 항상 좋다. 일기처럼 매일 쓸까 잠깐 고민해봤지만 그러기엔 일상이 너무도 단조롭고 뻔해서 숫자 몇 개 나열하다가 끝날 것 같다.


  2. 범죄수사에 관한 영상에 푹 빠졌다. 한 일주일 매일매일 봤더니 이게 볼 게 없을 정도로. 아는 이야기와 몰랐던 이야기 속에서 내내 살았더니 이제는 아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1. 자, 지금부터 이야기 할 건 누구도 이해하지 못한 성격이다. 나는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좋은 게 있으면 오히려 좋아하지 못한다. 그 이유가 너무 하찮다. 너무 좋아서 지겨워지는 게 두려워서. 취미든 일이든 사람이든 다 마찬가지다. 내가 사랑하고 아끼는 것들에 대해 나는 과감하게 마음을 표현하지 못한다. 예를 들면, 샤브샤브.


  2-2. 샤브샤브에 대한 이야기는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참 샤브샤브에 빠져있던 나는 하루가 멀다하고 샤브샤브를 먹으러 다녔다. 최애 식당은 전국 어디든 있는 체인점이었다. 쿠폰에 도장 열 개 찍어 서비스 만두랑 샐러드도 몇 번을 먹었는지 모른다. 나와 함께 샤브샤브에 홀랑 반했던 친구가 하나 있었다. 걔랑 나는 체인점 식당을 넘어 맛있다고 유명한 샤브샤브집 도장깨기까지 하고 다니기 이르렀다. 택시까지 타고 찾아간 식당은 버섯 샤브샤브로 유명한 곳이었고 진한 국물과 신선한 재료에 연신 감탄하며 먹는 와중에 친구가 엄청난 선언을 했다.


  “나 이제 샤브샤브 줄일거야.”

  “헐, 왜? 이렇게 맛있는 걸?”


  담배 끊을거야, 술 끊을거야 하는 거랑 다를 것 없는 중대한 발표였다.


  “이렇게 맛있으니까 줄이는 거야. 매일 먹고 싶은 마음 꾹 참았다가, 한 번씩 먹으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겠지.”


  어? 그런가? 친구 말을 들으니 또 그게 그럴듯해서 우리는 이틀에 한 번씩 먹던 샤브샤브를 일주일에 한 번, 이주일에 한 번 꼴로 줄여 나갔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먹는 샤브샤브가 더 맛있었다. 들을 땐 웃기고 어이없었는데 친구의 말대로였다. 아, 소중하게 아껴야 좋아하는 게 오래갈 수 있겠구나. 어처구니 없게도 샤브샤브 하나에 그걸 알게 되었다.


  2-1. 그래서 나는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것을 잘 하지 못한다. 온 애정을 쏟아 좋아하다보면 나중에 쏟아낼 애정이 없어지지 않을까 두려워서. 그냥 소심한 성격 탓일수도 있지만, 나름의 이유다. 근데, 좋아하는 걸 꼭 겉으로 드러낼 필요는 없지 않나? 그냥 애정의 온도를 잘 재 가면서 적절하게 표현해도 될 것을. 사랑의 에너지가 100이라면 굳이 100을 단번에 건넬 필요 없다. 매일매일 1씩 100일동안 애정을 표현해도 되지 않을까? 좋아하다가 지치고 싶지 않다.


  3. 꼬맹이 하나가 가출했었다. 가출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도 웃길 정도로 작은 헤프닝이었다. 엄청난 성적표를 본 어머니께서 아이를 혼냈고 그 와중에 애는 친구집으로 도망간 거다. 가출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집을 나간 아이의 가방에는 화장품이 가득 담겨 있었다. 화장이 중요한 사춘기 꼬맹이.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집으로 돌아갔다고는 한다. 요즘 애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상 이상의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모르는 척 지나가야 할까, 아니면 뭐라고 한 마디 해줘야 하나. 조금 더 고민해봐야겠다. 가끔 애들은 어른이 아무 말 해주지 않길 바란다.


  4. 덕질근황 : 하데스타운 2차 티켓팅 대성공. 덕친들의 도움 덕분에 가까이에서 내새끼 볼 수 있을 것 같다. 근데 이게 또 사람 욕심이라는 게 더 가까이에서 보고 싶어져 3차 티켓팅을 벼르고 있다. 내가 살다살다 뮤지컬을 보러 다니게 될 줄이야. 오래 살고 볼 일이다. 더 살다보면 더한 것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5. 덥다. 그냥 더운  아니라 토할  같이 덥다. 이렇게 더워도 되나 싶을 정도로 덥다. 더운 것을 몸서리치게 싫어하는 나인데도 에어컨 리모컨에  손이  간다. 지구가 아픈  눈에 보이니 파란 전원 버튼 하나 누르는  고민스러워진다. 가만히 있으면 된다, 찬물 마시면 된다, 바닥에 누룽지처럼 붙어 있으면 된다. 지구야 미안.


  급하게 덧붙이는 6. 이번 성적은 A하나 나머지 다섯과목은 A+ 1등이면 좋겠다. 그런데 종강하니까   없다.   생산적인 일을   있게 계획을 세워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잠들기 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