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침이 무거워도 시간은 흐른다
목소리는 돌아오지 않았다. 있는 힘 없는 힘 쥐어짜서 일하고 나면 지쳐 쓰러지고 온몸이 퉁퉁 부은 아침을 맞이한 지 3개월. 다행히 성대결절은 아니고 역류성 후두염이라는 진단을 받았지만, 쉽게 낫지 않는다. 그래서 매 끼니 약을 먹고 기관지에 좋다는 도라지 배 스틱을 억지로 삼키며 살고 있다. 그냥 산다. 먹고 살기 위해 사는 건지, 살기 위해 먹는 건지 모르게 억지로 삼키며.
일주일 내내 쉬는 날 없이 일하는 게 힘든 건 확실한데 그 확실함이 내가 살아있다는 걸 알려준다. 초침이 무겁게 뚝딱거리는데도 하루가 끝난다. 한숨 푹 쉬는 시간도 아까워 그냥 눈 감고 자버리는 게 마음이 편하다. 브런치에 몇 자 남기는 것마저도 시간이 아깝다. 차라리 자는 게 더 낫겠다 싶으면서도 지금 이 순간의 감정을 남기고 싶어 억지로 키보드를 찾아 쥐는 건, 내가 텍스트적인 인간이기 때문이 아닐까.
해낼 수 있을까 의심하기 전에 일단 해보자 하는 마인드로 하루하루 부딪히며 살고 있다. 2주 정도 더 남은 레이스. 열심히 할 필요는 없다. 일단 하고 보는 게 답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커피도 못 마시고 마음대로 눕지 못하는 거 빼곤 그럭저럭 살만하다. 과거의 힘들었던 시간에도 초침은 무거웠고 앞으로 점점 더 그 위에 부담이 얹어지겠지. 그래도 시간은 간다. 다 흐르고 나면 부질없는 게 오늘 하루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