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마주 앉은 딸
그녀가 이유식 시작을 앞두고 있다. 이제 곧 태어난 지 6달이 된다. 이때쯤 이유식을 시작해야 한다고 옆지기가 말했다.
그녀의 이유식을 위한 식기와 도구가 몇 주에 걸쳐 배송되었다. 아기를 위한 도구라 그런지 하나같이 아기자기하고 탄탄해 보였다. 아니 아마 이건 꼼꼼히 물건을 고른 옆지기의 영향이 컸을 것이라 믿는다.
다른 이야기지만 옆지기는 꼼꼼히 살피고 세심하게 관찰하는 성격이 아니다(적어도 내가 보는 관점에선 그렇다). 그런데 지아가 태어난 이후 옆지기의 모습은 많이 달라졌다. 지기 답지 않게 세심히 챙기는 모습은 영락없이 ‘듬직한 엄마’의 모습이다.
이유식을 시작하려면 그녀가 받아먹을 의자가 필요하다. 옆지기가 부품을 몇 주 전부터 눈앞에 보이는 곳에 꺼내놓았지만, 내심 ‘지아가 아직 앉기에는 무리인 것 같아.’라는 생각이 앞서 의자 조립을 미루어두었다. 오늘에서야 의자 조립을 마치고 그녀를 앉혔는데 세상에나.
그녀를 완성된 의자에 앉히고는 카메라를 가져올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순간을 남기고 싶었다.
‘지아가 의자에 앉다니. 언제 이만큼 컸지?‘
‘이제 나와 마주 앉아 분유 아닌 뭔가를 먹을 수 있다니.’
놀라움에 맞춰 연신 사진을 찍어댔다. 그녀도 새 의자가 제법 마음에 드는지 양손을 파닥이며 의자 테이블에 침을 묻혔다(영역 표시를 했다).
사진을 찍고 난 뒤 지아를 쳐다보니 기분이 더 묘했다. 자리에 누워있는 게 아닌 앉을 수 있다는 현실과 분유 아닌 다른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된 지아가 갑자기 훌쩍 커버린 느낌이다.
아쉬운 마음이 조금 흘러들어왔지만 이내 다른 생각으로 채워졌고, 내 얼굴엔 작은 미소가 떠 올랐다.
‘그래. 지금처럼 튼튼하게만 자라다오 지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