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활성화와 자기개방
심리학자이자 정신분석 심리치료의 선구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는 인간의 삶에서 ‘일’과 ‘사랑’의 균형을 강조했습니다. 여기서 ‘일’은 자아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 끊임없이 시도하고 조금씩 그 형태를 완성시켜가는 사람은 심리적으로 건강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편, ‘사랑’은 타인과의 관계(relationship)를 추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기쁨과 슬픔 등의 감정을 함께 나누며 깊은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대인관계를 형성하고 원만하게 유지할 수 있는 사람 또한 심리적으로 건강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불현듯 찾아온 COVID-19(이하 코로나)는 많은 이들의 삶에서 일과 사랑을 앗아갔습니다. 유래 없는 세계적 유행병은 현대의학을 무시하기라도 하듯 급속도로 퍼져나갔고, 지금까지도 사람들의 어깨를 움츠리게 만들고 있습니다. 올 한 해는 벚꽃이 떨어지는 교정을 종종걸음으로 가로질러 강의실로 향하는 학생들의 모습은 찾기 어려웠으며, 축제에 떠들썩한 교정의 분위기 또한 느낄 수 없었습니다. 제가 속한 학교의 학생을 비롯한 교내 구성원은 크고 작은 자아실현 기회를 박탈당했으며, 누군가와 얼굴을 마주하는 일상적인 상호작용에서도 제약을 받게 되었습니다.
삶에서 일과 사랑의 박탈은 우리네의 정신건강을 궁지로 몰아넣었습니다. 우울, 불안, 분노 그리고 사회적 소외감(외로움) 등의 심리적 문제는 코로나로 인해 그 경험의 가능성이 더욱 커졌습니다. 그렇다면 앞서 언급한 심리적 문제에 현명하게 대처하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첫째, 우리의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을 필요가 있습니다. 심리적 문제들이 심각해지면 무기력(lethargy) 감에 빠져들기 쉽습니다. 정동의 변화가 줄어들고(즐겁던 것들이 더 이상 즐겁지 않고, 슬픔도 느끼지 못하는 감정적 변화가 줄어든 상태), 동기가 결여된 상태(어떤 행위를 하는 것이 극히 귀찮아지고 꺼려지는 상태)는 무기력의 신호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심리치료 영역에서는 행동활성화(behaviour activation) 전략을 통해 무기력을 극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에너지의 감소가 마음이 원인이 되어 일어난 것이라면, 반대로 행동을 활성화해서 마음에 힘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아이디어입니다. 일상에서 실행하기 쉬운 행동활성화의 예는 활동계획 수립(예: 기상/수면시간, 식사시간, 공부시간 등)입니다. 자칫 무기력하고 소극적인 상태에 빠지기 쉬운 마음에 계획적인 활동을 넣어 에너지를 불어넣고자 하는 방법입니다. 또 다른 예는 가벼운 운동입니다. 자신의 평소 활동량에 비추어 약간의 변화만을 주더라도(예: 하루에 외부에서 걷는 시간 10분 정도일 경우 목표를 외부에서 15분 걷기) 하루의 경험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개인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을 방법을 스스로 강구해야 무기력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둘째, 누군가에게 자신의 마음을 드러낼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자기개방(self-disclosure)을 의미합니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터놓았을 때, 무거웠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경험이 있진 않나요? 혼자서만 골똘히 생각하는 것과 자신의 생각을 터놓고 타인과 나누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심리적 문제를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의 사고(thoughts)는 시간이 지날수록 부정적으로 치우치는 부정편향(negative bias)을 보이는데, 타인에게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것은 내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 부정편향이 발생하는 것을 막아 줍니다. 자기 문제는 혼자서 고민하고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은 일상적인 경우에는 맞을 수도 있지만, 심각한 심리적 문제일 경우에는 예외라고 볼 수 있습니다. 코로나 이전의 시기에는 종종 친한 친구, 지인 등을 통해 내 마음을 터놓는 것이 수월했지만 현재는 여의치 않습니다. 개인들은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자신의 상황이 심각한 수준이라면 그 대상은 (심리)전문가가 되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인간은 어떤 상황에서든지 적응하고 답을 찾아왔습니다. 지금의 코로나 시대에도 우리는 적응하고 답을 찾아나갈 것입니다. 하지만 그 적응과 답을 찾는 과정은 고통스러울 수 있습니다. 그 고통을 적절히 다루고, 마음의 안정을 찾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만약 필요하다면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해 보세요. 도움을 청한다는 것은 약하다는 증거가 아닙니다. 자신을 위해,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용기'를 내었다는 증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