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드려뻗쳐!
그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지난주 조금씩 배밀이를 시작하는 듯싶더니 이제는 꽤나 티 나게 배를 밀기 시작했다. 목표물이 포착되면 바둥거리며 조금씩 전진하는 그녀였다.
여유로운 일요일 아침, 그녀와 침대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다 갑자기 끙끙대는 그녀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녀는 ‘엎드려뻗쳐’ 중이었다.
놀랬다. 엎드린 상태에서 팔을 짚고 고개를 들어 올리는 건 이제 익숙해졌지만, 지금 지아는 다리를 쭉 편 상태에서 자신의 몸 전체를 지탱하려 했다. 그야말로 엎드려뻗쳐 자세였다.
학창 시절 농땡이 부렸던 나에게 엎드려뻗쳐는 꽤나 친숙하다. 그 힘들고 어려운 자세를 유지하려 끙끙대는 그녀가 걱정됐다. 혹 다칠까에 대한 염려 때문이었다.
“지아야 무슨 일이야. 왜 이래? 누가 엎드려뻗쳐 시켰어?! 엄마가 시켰어?”
난 그녀가 알아듣지도 못할 농담을 건넸다. 농담을 던지고 흐르는 침묵 속에서도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뭔가 원하는 게 있는 듯 그 자세를 유지하려 했다. 뭔가 말 못 할 깊은 속내가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처음엔 그녀의 모습이 웃겼지만, 조금 후에는 안쓰러움으로 바뀌었다. 그녀에겐 미래를 준비하는 연습일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실제 아기들이 네발기기를 하기 전에 이 자세를 취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헤쳐나가야 할 난관을 그녀는 헤쳐가고 있다. 끙끙거리며 취하는 몸짓은 아마 그녀에겐 생존과도 같은 것이다.
여유로운 아침을 꽤나 힘겹게 여는 지아의 움직임이 어느 정도 끝날 무렵 그녀가 좋아하는 온몸 간지럽히기와 둥가둥가를 선물로 주었다.
그것은 삶에서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는 내게 주는 둥가둥가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