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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기 힘든 그녀

by 마음슥슥

‘먹기’로 할까 ‘먹이기’로 할까? 제목을 짓는데 고민했다. 먹는다는 표현은 능동형인데, 먹이기는 수동형으로 느껴진다. 그녀에게 밥을 떠주는 사람은 나인데(수동), 입을 크게 벌려 밥을 허락해 주는 이는 그녀이기 때문이다(능동). 난 내 책임을 벗어나기 위해 그녀에게 책임을 넘기기로 했다. 유치한 아빠의 모습이다.


요즘 따라 식사시간에 까칠한 그녀. 양양양 잘 먹자!


정말 먹는 것 하나는 빠지지 않는 그녀였었다. 분유를 먹던 시기와 몇 주전 이유식까지도 잘 먹던 그녀였다. 주변 사람들은 이렇게 잘 먹는 아이가 있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했고, 너무 잘 먹는 탓에 그런진 몰라도 건강검진에선 또래의 평균 체중을 한참 웃돌기도 했다.


옆지기가 보내온 사진. 몇 달 전의 그녀 모습이다. 팔뚝과 볼 살이 너무나 매력적인 그녀다. 저 앙다문 입술이 앙증맞다


그런 그녀가 먹는 것을 꺼리는 기색이 보이던 건 한 달이 채 안된 듯하다. 숟가락을 입으로 가져가면 고개를 돌려 외면하던 것으로 시작했다. 밥을 떠주던 숟가락 뺏기, 별안간 울기, 밥이 아닌 다른 곳에 주의두기 정도가 나타났다. 특히, 도리도리(고개를 좌우로 휘젓는 행동)를 터득하고 난 뒤 그녀의 밥 거부 의사표현은 더욱 분명해졌다.


밥 먹을 때도 이렇게 신나해주면 안될까?! 물론 밥이 벤츠만큼 좋진 않을 수 있다는건 이해하지만 말야. 넌 아직 그런거 모를 때잖아


평소에 먹는 간식이 충분히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다양한 매체에서 이 시기 아이들은 ‘밥태기’라 불리는 밥 거부 기간을 가진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내 그녀가 밥을 거부한다는 것은 세상엔 있을 수 없는 일처럼 부정하게 된다.


‘밥을 안 먹다니… 어쩌지? 내일도 안 먹으면 어쩌지? 아픈 거 아닐까? 이 식재료들을 싫어하는 걸까?‘


그녀의 고개 도리도리를 마주하면 다양한 생각들이 머릿속을 휩쓴다. 그리고 ‘참을 인’ 쓰기 연습이 시작된다. 인고의 시간이다. 세상엔 그녀와 나 그리고 밥만이 존재한다. 그녀에게 밥을 먹이기 위해 애쓰기 시작하고, 애씀이 커질수록 왠지 그녀의 거부는 더 심해지는 듯하다.


‘천국과 지옥은 내 마음속에 있다’


난 그녀가 밥을 먹지 않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고, 그것 때문에 괴로웠다. 말 못 하는 그녀에게 어떤 이유에서 밥을 먹지 않는지 들어보지 못했지만, 결국 아비로써의 자질과 연관시켜 생각하기에 나 자신에게 실망하고 만다.


어린이집에서는 지아의 이쁜 사진을 다양하게 담아준다. 사진을 보며 이따금 눈물을 글썽이는 내가 가끔은 위선자처럼 느껴진다. 밥 한끼 잘 안먹는 그녀를 이해해주지도 못하는게 무슨.


가끔 옆지기가 지아의 밥태기를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것 같아 마음이 더 쓰리다. 본인이 요리를 더 잘했더라면 밥투정을 하지 않았을 거라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가끔은 그녀에게 서운하다. 조금이지만 미운 마음도 든다.


“그거 다 먹었다. 안 줬으면 배 굶고 잘 뻔했다. 규칙대로 먹이는 게 안되면 밥을 바로 뺏을 수도 있지만, 다양하게 시도해 봐야지.”


지아를 보러 온 엄마는 밥 주는 걸 포기한 내게 보란 듯 말했다. 밥을 안 먹을 거라 생각한 내가 잘못 판단한 것이다. 지아의 의사는 확실히 알진 못한다.


다만, 난 내 관점을 느슨히 가져야 한다. 내가 맞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사랑해! 밥 투정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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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