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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 그녀

나와 닮은 그녀

by 마음슥슥

“입 ‘아~’ 하고 벌릴 땐, 니 어렸을 때랑 똑같다.”


양쪽 부모님 모두에게서 들은 말이다. 나와 오랜 시간을 함께한 사람들 대부분 같은 이야기를 하니 나로서는 부정할 수 없지만, 조금 부정하고 싶기도 하다.


난 외모에 그리 자신 있는 편이 아니다. 하지만 옆지기의 외모는 과거부터 많은 칭송을 받아왔다. 그래서 내 모습보다는 옆지기를 닮길 바랐다. 외모가 뛰어나면 삶의 난도가 낮아진다는 말을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나를 닮길 바랐다. 이유는 단순하다. ‘내’ 자식이기 때문이다. 날 닮은 아이는 또 다른 나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아이를 키우는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기묘한 경험이라 꺼려질 수 있지만, 왠지 당겼다.


나와 붕어빵 그녀. 때마침 어린이집에서 붕어빵을 구웠다


몇 달 전에는 주변의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어렸을 때는 지아가 날 닮은걸 잘 몰랐다. 그런데 요즘은 문득문득 보이는 모습이 마치 거울을 보는 듯 내 모습이 보인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날 닮은 아이가 커가는 것을 보는 느낌은 언어적 표현으로 풀어가기 난감하다. 지금껏 아무도 내게 그것의 느낌을 알려주지 않았고, 책을 많이 읽지 않아서인지 문헌을 통해 접해보지도 않았던 것 같다.


마치 그것은 소중한 느낌이고,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자아내며, 지켜야겠다는 의지를 만들어내는 복합적인 감각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한편으로는 날 닮지 않았어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 같다. 옆지기와 옆지기를 닮은 누군가와 함께 있다는 것은 상상만으로 행복하다. 옆지기가 두 명이니 두 배로 행복하지 않을까?


요즘은 책을 들고 와 내게 ”어 “ 혹은 “응”이라는 단어를 말한다. “읽어줄까?” 하면 책을 내게 주고 다리 위에 앉거나 옆에 선다. 그녀가 사랑스럽다.


그런데 책을 좋아하는 건 내가 아닌 옆지기를 닮은 것 같다. 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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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