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날 못 올 테니 오늘 미리 파티하자!”
옆지기와 들떴다. 그녀가 일찍 잠자리에 들었고, 엄마 집에서 저녁 식사까지 마쳤기고 왔기에 우리에겐 평소보다 긴 자유 시간이 주어졌다.
단체 채팅방에 올라온 방어 사진을 보고 부러워하던 우리는 큰 메뉴 고민 없이 방어를 시켰다. 마침 방어 관련 인스타 게시물을 내게 띄엄띄엄 보내온 옆지기였다.
“사케도 깔까?”
축하하거나 의미 있는 일이 생겼을 때 축하주로 남겨두었던 사케를 먹자는 옆지기의 제안이 멋졌다. 부부만의 연말 파티만큼 의미 있는 시간이 또 있을까?
옆지기와 나는 만나는 기간 동안은 거의 매해 한 해를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금은 사라진 대구 커피명가 본점에서 매장 티슈에 새해 다짐을 써 내려가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때부터 못해도 거의 수년은 지난 듯하다.
“올해는 어땠어?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던 거 같아. 난 지아가 건강하게 자라준 게 무엇보다 감사해.”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한 해가 다 갔어.”
“왜? 지아를 이만큼 건강하게 키워준 사람이 애진데. 너무 고맙고 미안하게 생각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몰랐던 한 해를 해체하며 옆지기와 나는 숨어있던 일들을 집어내 나누었다. 실망과 후회가 있었지만, 대부분은 의미 있고 감사할 일들이었다. 이야기를 나누며 날 둘러싼 환경과 가족에 감사한 마음이 커졌다.
다섯 잔쯤 마셨을 때, 술기운이 올랐다. 그래서인지 내 기분도 올라갔다. 좋은 술과 좋은 사람이 함께하는 밤은 잃고 싶지 않다.
*구독자 여러분들 따뜻한 크리스마스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