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자 아빠
주말을 보내고 서울로 올라가는 시간은 저녁 7시쯤이다. 주말 마지막 식사는 옆지기와 둘만의 시간일 경우가 많다.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누고, 한 주의 이별(?)을 앞두고 아쉬움을 표현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번주는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다. 난 부엌 케비넷 속에 있던 라면을 하나 골라 끓였다. 하나면 충분했다. 나만의 식사였다. 옆지기는 TV가 있는 방에 누워 있었다.
입덧이 부쩍 심해진 옆지기였다. 어떤 것이든 먹으면 다 게워냈다. 물 한 모금까지도 게워냈으며, 지난 이틀간 새벽에도 화장실에서 홀로 꽤나 고군분투하는 소리를 들었다. 이 정도로 힘들어한 적은 없었기에… 걱정이 커졌다.
라면을 먹으며 옆지기가 있는 방을 쳐다봤다. 내부가 보이지 않아 옆지기의 상태는 모르지만, TV 화면이 바뀌는 빛 반사만이 보였다. TV 작은 소리는 뭔가 더 힘없이 느껴졌다.
서울로 올라갈 준비를 대충 마치고, 병원에서 받아온 임산부 일기장을 펼쳤다. 처음으로 튼튼이에게 글을 남겼다.
‘엄마 조금만 덜 힘들게 해줬음 좋겠어 튼튼아. 엄마 힘들어 보여. 조금만 봐주라.’ 훗날 이 글이 남아 추억이 될 거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이상했다.
출발 전 옆지기의 얼굴을 바라보자 눈물이 흘렀다. 보이지 않으려 했는데 참을 수 없이 흘렀다.
미안했다. 뭔가 해결해 줄 수 없는 남편이라는 존재가 너무 무기력했다. 그리고 힘들어하는 옆지기를 두고 집을 나와야 하는 자체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아쉬웠다.
옆지기는 흐르는 내 눈물을 본인의 소매자락으로 훔쳤다. 찰나의 순간에 연신 괜찮다고 내 맘을 달래주는 이 사람은 분명 나보다 성숙한 사람이라 느꼈다. 더 흘리는 눈물은 옆지기를 더 힘들게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입술을 앙 다물고, 옆지기의 머리칼을 쓸어 넘겨주었다.
“도와줄 수 없어서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요.”
“괜찮아. 내일 병원 가서 입덧 약도 다시 받고, 링거도 맞으려고.”
아직 덜 울었나 보다. 글을 쓰는 지금도 눈물이 흐른다.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이 꽤나 많은데 말이다. 훌쩍인다. 튼튼이 효과가 꽤나 강력한 주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