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여행과 소중한 사람
여느 때와 같은 금요일이었다. 다만 회사의 방향성에 대한 결정이 논의되었던 회의시간 때문에 피곤했다.
점심시간을 빌어 옆지기와 연락을 했다.
”곧 보겠다. “
“응. 일주일은 긴데, 짧아. ^^ 내일은 강의 안 하는데, 하고 싶은 거 있어? “
“그래? 그럼… 제주도 가자. “
“제주도? 언제? 오늘!? “
“응.”
“… 그래! 가자 제주도.”
계획하지 않은 여행은 내겐 어색하다. 오늘 당장 제주도로 가자는 옆지기의 이야기는 내겐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하지만, 가자는 대답을 하기까진 약간의 거리낌만 있었을 뿐 바로 ‘가자’는 대답을 하게 됐다.
“제주도 가도 괜찮겠어?”
“응. 어딘가 가면… 좋잖아. 숙소랑 렌터카 알아볼 테니까, 자기가 비행기 표 잡아줄래? (중략) 렌트는 0시에서 0시까지 하면 되겠지? “
즉흥적으로 결정한 뒤에 혹여나 빈 곳이 있을까 챙기게 되는 나였다.
퇴근 후 수서역에서 기차를 탔다. 동대구 역에서 내려 공항으로 가는 택시를 탔다. 기사님이 내게 물었다.
“기사님, 대구공항 부탁합니다.”
“제주도 분이세요?”
“아니요.”
꽤나 이방인처럼 보였나 보다. 제주도를 간다는 게 실감 나지 않았다. 공항에 도착했다. 카운터에서 수속을 밟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렌터카 업체에서 운전자 등록을 해달라는 문자가 왔다. 실감 났다.
‘내가 평소에 하지 않는 무언갈 저질렀구나.’
옆지기가 곧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집이 아닌 공항에서 일주일 만에 옆지기를 만났다.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돌아보면 실감 났다가 비현실적이다가를 반복했던 것 같다.
“우리 진짜 가는 거야?”
“응. 우리 웃긴다.”
그렇게 떠난 1박 2일간의 제주도 여행은 비와 강풍 그리고 순간의 소중함이 함께했다. 숙소 창으로는 짙게 낀 구름이 빠르게 흘러가는걸 한참 바라보았다. 꽤나 운치 있었다. 점심 식사 후 우연히 찾아간 공원에선 비로 씻겨져 내려간 가볍고 산뜻한 공기를 느끼며 숲길을 걸을 수 있었다. 강풍에 연착된 비행기를 기다리면서는 아이들처럼 양파링과 마이쮸를 맛있게 먹었다.
서울로 올라가는 기차인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행복함과 충만함은 이 여행이 소중한 사람과 함께였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옆지기는 내가 느끼는 분위기를 손상시키지 않는다. 부드럽게 다가온다.
물론 나답지 않은 즉흥 여행이 주는 흥미진진함도 여행의 만족감에 한 몫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