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게 맞는 일
가족으로부터 문자를 한 통 받았다. 내게 서운하다는 문자였다. 서운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나는 황당했다. 이해할 수 없는 반응이었기에 상대에 대한 화도 났다. 진심은 그게 아닌데 상대에겐 다르게 비쳤을 거란 생각에 속상하기도 했다.
별게 아니라고 생각해 봤지만, 별게 맞다는 생각들로 머리는 채워졌고, 생각들은 주말의 편안했던 기분을 비교적 깨끗이 쓸어가 버렸다. 봄날의 기분이 문자 한 통으로 재빨리 사라졌다.
내 마음은 논외로 두더라도 상대의 마음을 다독여 평화로운 주말로 다시 돌아가고 싶었다. 마음을 추스르고 전화를 했다. ‘문자보다는 이야기로 직접 풀어야 해.’ 상대의 서운함이 비록 이해되지 않더라도 이해해 보려는 태도를 상대에게 잔뜩 보여주겠다는 마음도 굳게 먹은 상태였다.
받지 않았다. 답답함이 더해졌다. 별게 아니라는 생각은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았다. 전화를 받지 않았기에 차선으로 마음을 풀어주려는 문자를 보냈다. 상대는 전화는 받지 않았지만 문자는 보내왔다. 짧은 글로 서운함을 표현할 뿐 내용의 진전은 없었다. 다시 전화를 했다. 받지 않았다. 평화로웠던 주말의 마지막이 부정적인 마음으로 찰랑인다.
아마 한동안은 이런 마음을 가지고 지내야 할 것 같다는 쓴 예감이 왔다. 내 마음의 불편함을 상대에게 까뒤집어 보여주고 싶다. 상대도 아마 꽤나 불편함 속에 살 것이다. 가족에 대한 기대나 욕구가 상식을 뛰어넘는다는 걸 알기에, ‘내 마음 알아주라’ 줄다리기는 한동안 우리 사이에 지속될 것이다.
‘불편함 마음들을 나이 먹음에서 오는 지혜로 극복하자’는 교과서 적인 생각으로 다독여본다. 발걸음이 꽤나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