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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슥슥 Mar 24. 2024

텀블러를 깨끗이 씻기

새로운 기분 만들기


출근하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은 업무 준비다. 먼저 신발을 벗어 편안한 슬리퍼로 갈아 신고, 책상을 물티슈로 닦는다. ’ 어제도 닦았으니 대충 닦을까?‘ 생각하다가 나보다 먼저 출근한 옆자리 동료의 시선이라도 느껴지면, 더 열심히 닦게 된다.


책상을 닦고 나면 텀블러를 들고 세면대로 간다. 솔에 세제를 묻히고 안쪽을 구석구석 닦는다. 평생 동안 먹는 세제가 한 스푼 이상 된다고 하니 무서워져서 되도록 세제를 조금만 솔에 묻히려고 시간을 들인다. 텀블러 뚜껑의 고무패킹도 빼고, 입구 홀더도 뺀다. 처음엔 어떻게 텀블러를 분해하는지 몰랐지만 이젠 능숙해졌다. 텀블러 부품(?)을 닦고 있자면, 군대 시절 총기분해하던 장면이 떠오르기도 한다.


“텀블러 안 세균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빨리 번식합니다. 텀블러 안에서 새로운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것이죠.” 어디선가 들은 이 말이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생태계에서 만들어진 수많은 세균을 먹게 될 것이다! 내 텀블러 속에서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것을 방치할 수 없다.’


흘려들을 수도 있는 이야기 때문에 매일아침 텀블러를 씻고 있는 날 보면 웃기기도 하고, 뭐 안 좋을 건 없지 생각되기도 한다.


내일은 월요일이다. 토요일과 일요일 내 만들어진 생태계가 텀블러에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세제 조금만 묻히고, 난 아마 같은 생각을 반복할 것이다.


아- 이 글을 쓰고 났으니 조금은 지금과 다른 기분을 느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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