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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슥슥 May 10. 2024

흔들림

혹은 휘청임


한 달을 훌쩍 넘겼다. 사내 분위기는 어수선하다. 긴장감이 꽤나 느껴지고 이따금 들리는 한숨 소리는(가끔 나도 내쉬는 것 같다) 사무실 분위기를 무겁게 한다.


“공지했던 것처럼 이따 회의실에서 전체 회의를 하려 합니다. 우리 모두가 공유하고 씽크를 맞춰야 할 때입니다.” 대표가 말했다.


회사가 나아갈 방향과 제품 컨셉 등을 재설정하고 있다. 첫 서비스 출시 후 고객들의 반응은 생각보다 미진했다. 좀 더 냉철하게 평가한다면 처참했다.


이번 회의가 첫 회의는 아니다. 서비스 방향 수정을 위한 회의는 수차례 이어졌다. 구성원들은 짐작건대, 회의를 위한 회의로 머물지 않기 위해, 그리고 입사 시 세운 목표를 이루기 위해 개개의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왔다.


조심스러웠으리라. 적어도 나는 그랬다. 경력자로 구성된 스타트업이라는 소규모 회사에서 개인의 발언은 회사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을 만큼 강력하기 때문이다.


모두의 의견들이 모여간다. 지난번 회의 내용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방향성이 보인다.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건가?‘ 싶었지만, 회의 시간에 주로 집중을 못하는 것 같던 동료의 눈이 지금 반짝이는 것을 보니 내 생각이 맞는 것 같다.


내가 탄 배는 뒤뚱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앞엔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잡아 올릴 물고기가 많다고 생각한다. 꽤나 탄탄한 근거로 설득된 것인지, 긍정적인 마음으로 행복 회로를 돌리고 있는 것인지 판단하는 능력은 희미해져 간다.


문득 머릿속에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몽롱함이 찾아왔다.


몽롱함 뒤에는 다시 긴장감이 찾아왔다. 하지만 한숨은 보이지 않았다. 한숨이 점점 더 줄어들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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