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고 싶은
옆지기와 멀리 나왔다. 화요일부터였다. 뒤숭숭함을 한껏 풍기고 있는 회사를 벗어나 공항으로 그리고 일본으로 도망쳐왔다.
연애 때부터 그랬던 것처럼 음식을 중심으로 일정이 만들어졌다. 다만 아내는 홑몸이 아니므로 최대한 동선을 줄일 수 있는 곳에 머물렀다. 오늘부터는 중심지에서 기차를 타고 벗어나, 시골쯤 위치한 숙소에서 마지막 이틀을 머물 생각이다.
멀리 떠나왔다. 옆지기의 얼굴에는 다양한 표정이 비치고 있다. 여행이라는 것 자체가 주는 설렘,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누리는 여유로움 그리고 출산이 가까워옴에 대한 약간의 긴장감까지 보이는 듯하다. 물론 내가 추측한 것들이다. 확인하기 전까진 모를 일이다.
나는 어떤가? 여행이 기꺼이 내어주는 기분 좋은 설렘과 여유로움은 내게도 있다. 하지만 마음 한켠은 무겁다. 돌아가면 다시 마주해야 할 회사(분명 내가 없는 요 며칠간 많은 것들이 바뀌어 있을 것이다, 내가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일지도 모른다)와 이와 맞물려 나는 ‘돈 잘 버는 아빠’가 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불안함이 있다.
불안함은 누가 부여한 것이 아니다. 내가 만든 것이다. 아내 뱃속의 튼튼이는 내가 돈 잘 버는 아빠가 되는 것을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것 또한 내가 만든 것이다.
때가 오면 다 정해질 테고, 난 그에 맞춰 대응하면 될 뿐이다.
생각에 한참 빠져있는데, 옆지기가 차를 타고 오는 길에 본 물고기 깃발들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잉어 깃발은 어떤 걸 의미한다고 했다. 좋은 의미인 것 같다.
지금을 즐기련다. 내 앞에 있는 옆지기의 얼굴에 새겨진 평화로움을 함께 누리고 싶다. 그것을 해치고 싶지 않다. 음미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