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부렸다
화요일은 꽤나 고된 날이다. 퇴근 후 저녁 강의가 있기 때문이다. 내가 가진 개념을 누군가에게 전달하는 것을 좋아하는 데다, 학생들이 내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거리며 호응하면 수업의 깊이는 마리아나 해구처럼 깊어지고, 더불어 내뱉는 단어는 많아진다.
저녁 10시가 넘어서야 보통 집에 도착하는데, 그때 내 상태는 보통‘힘든데… 배고프다.’이다. 뭐라도 챙겨 먹지 않으면 쓰러질까 싶어 편의점에 들어가 라면 코너를 뒤진다. 건강한 음식을 놔두고 왜 저녁엔 라면이 그렇게 당기는지 모르겠다며 구시렁대며 유심히 라면을 쳐다본다.
한 여름 물놀이 갔을 때 맛있게 먹은 기억이 불현듯 떠올라 열라면을 골랐다. 하나를 살까 싶다가 두 개를 고른다.
’남자가 두 개는 먹어야지-!‘
사실 두 개를 집으며 속이 더부룩하고 피곤해서 다 못 먹을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그래도 집어 올린 라면을 포기하지 않았다.
한 개를 다 먹어갈 때까진 행복했다.
‘이런 맛이었구나. 좋은데?’
‘역시 탄수화물이 최고야.’
하나를 다 먹었다 싶을 때쯤 갑자기 질린다는 느낌이 강해졌다.
‘라면은 역시 먹는 것보다 냄새가 더 맛있어.’
‘면에서 밀가루 냄새나는 거 같아. 싫어.‘
부쩍 느려진 흡입 속도를 자랑(?)하며 옆지기와 영상통화에서 구시렁거렸다. 옆지기는 말했다.
“욕심부렸네!”
라면은 죄가 없다. 라면은 그대로였다. 이건 내 욕심이었다. 두 개를 먹어야 한다는 내 설득이 힘을 잃어가며 만든 후회였다.
부족하면 채우려고 하고, 부족함이 클수록 더 많이 채우려고 한다. 나는 부족함을 느끼지 못할 만큼 채우는 것과 과도하다는 것을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일까?
열라면 두 개를 산 건 부족함 때문이었을까? 내 욕심 때문이었을까? 라면이 먹기 싫어 그런지 쓰잘데기 없는 생각에 더 깊이 빠져들었다.
한 동안 라면을 두 개 사긴 힘들 것 같다. 그런데 라면은 두 개 사지 않더라도 내 삶에 부족하다고 느끼는 다른 것을 두 개 혹은 더 많이 욕심내지 않을지 걱정된다.
교묘히 나를 속이고 기만하는 내 안의 욕심은 몇 젓가락 먹은 후 질리는 라면처럼 어느 정도 채워진 뒤에야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