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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슥슥 Jun 16. 2024

이유 모를 벅참

감각 불러오기


“그런 기억이 의미하는 것은 내 안에 있을 터인 뭔가를 믿는 것이고, 그것이 키워낼 가능성을 꿈꾸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런 감촉이 나의 내부에 여태껏 남아 있다는 것은 정말로 멋진 일입니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중, 무라카미 하루키-


일요일 오후 나른함 속에 비교적 흥미롭게 책을 읽던 중 작가가 자신이 소설가가 된 무렵의 기억과 느낌을 서술하는 내용을 읽고, 울컥했다.


처음엔 이유 모를 것이었다. 주변에 앉아있는 사람에게 눈물 보이긴 싫다는 생각과 영문 모를 눈물이 난감해서 한참 창 밖을 쳐다보았다. 다행히 눈받침에 고인 눈물은 눈앞을 뿌옇게 만들다가 사라졌다.


벅차오름과 비슷한 것이었는데, 하루키 님의 순간만큼 강렬한 것은 아니지만, 내 삶에서 큰 변화가 일어났던 시기들에 대한 대략적인 느낌들이 나를 건드렸던 것 같다.


준비했던 국가고시를 그만두었던 순간, 대학원 입학을 결정했던 순간, 직장에서의 하이라이트(퇴사/입사 등), 결혼식장에서의 느낌과 같은 것들이다. 이런 것들은 나 자신과 융합된 순간들이라 할 수 있다.


그런 감촉이 나의 내부에 남아있고 내가 그것을 노력해 떠올릴 수 있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불편한 기억 까지도 지금은 비교적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기에 감사함을 가질 수 있다. 나쁜 기억이 전화위복의 옷을 입었다.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던 오랜 기억의 감각을 눈받침에 차오르는 눈물로 곱씹게 되었다.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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