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사람
지하철을 타기 위해서는 10분 정도 걸어야 한다. 그 길에 세 사람을 만났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그 사람을 스쳐지나갔을 뿐이다. 그럼에도 만났다고 표현한 것은 세 사람을 통해 내 안의 무언가와 만났기 때문이다. 몇 초 내의 스쳐감 정도였지만 내 안에는 생각이 일었다.
첫 번째 사람-오토바이 위에 쪼그리고 앉아 핸드폰을 보며 손톱을 물어뜯으며 웃고 있었던 사람
첫 번째 사람을 처음 본 순간 ‘초라하다. 그리고 한심해 보인다.’ 고 생각했다. 하지만 몇 걸음 지나지 않아 그런 생각을 한 내가 너무 부끄러워졌다. 그 사람과 내가 다른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부끄럽다는 느낌을 몇 번이고 받으며 고개를 떨궜다. 그때부터 오늘의 출근길은 내 생각에 집중하는 시간이 되었다.
2. 휘파람을 크게 부르며 길을 걷고 있던 사람
두 번째 사람을 처음 본 순간 ‘뭐가 그렇게 좋길래 저렇게 큰 소리로 휘파람을 불면서 시끄럽게 하지?’ 생각했다. 휘파람 소리가 꽤나 성가셨다. 안 좋은 기분이 얼굴로 번지자 또 부끄러워졌다. 찌푸린 얼굴을 펴려고 노력하다 보니 다른 생각이 따라왔다.
‘저 사람은 기분 좋게 출근하고 있나 보다. 출근을 기분 좋은 상태에서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닌데, 저 사람의 행복함이 지켜졌으면 좋겠다.‘
3. ‘예수 믿고 천국 가세요’라며 내게 무언갈 건네주려던 사람
최대한 정중히 건네주는 무언갈 거절하고 지나갔다.
‘천국은 어디일까? 존재할까?’ 지하철을 내려 회사에 들어가기 전에 예수 믿고 천국 가라고 외치는 분이 떠올랐다.
‘내겐 천국은 지금인데, 지금보다 더 좋은 시간이나 공간이 있을까?‘
지하철을 타고 출근길에 만난 사람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해 이곳에 정리했다. 정리하고 보니 오늘 나는 그런 사람이다.
1. 타인의 삶을 쉽게 재단하고, 누군가에게 불편함을 주는 것을 싫어하며 천국을 믿지 않는 사람
2. 부끄러움을 느낄 줄 알고, 누군가의 행복을 바라며 지금이 천국인 사람
보통 사람이 아닐까 나란 사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