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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슥슥 Jul 05. 2024

모습을 바꾼다는 것

A에서 B로, B에서 A로


꽤나 피곤하다고 생각되는 요즘이다. 피곤한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본 결과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 주요한 이유라 생각했다.


회사에선 서비스 방향 전환(Pivot)이 한창이다. 회사의 가치를 다시 살펴보고, 회사의 얼굴인 랜딩페이지(나에겐 홈페이지라는 단어가 더 익숙하다) 개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 회사의 주 고객은 심리상담사이기에, 나의 역할이 중요할 수 있음을 알고 있었다. 브랜딩과 랜딩 페이지 제작에 한참이던 동료는 내게 도와줄 수 있겠냐고 조심히 물었고, 난 당연히 돕겠다고 했다.


회사가 엎어질 판인데, 내 업무의 강도는 중요한 게 아니다. 이런 내 모습을 보면 놀랍기도 한데, 이전 직장에선 느끼기 힘들었던 ‘애사심’을 여기선 꽤나 많이 느끼고 있나 보다.


작업은 꽤나 힘들다. ‘직관적이고 단순하게’, ‘구체적이되 식상하지 않은’ 등의 원칙을 곱씹으며 만들어 갔다. 하나의 문구를 두고 1)상담자라면 이런 문구에 끌리겠다는 생각과 2)상담자라는 무기를 들고  내 개인적인 취향을 앞세우는 것은 아닐까 하는 내 안의 경계심은 작업을 더디고 피곤하게 만들었다.


이따금 상담 업무도 함께 진행됐다. 심리상담에서 일어나는 내담자와의 과정은 회사의 업무와 성격이 다르다. 감정에 집중해야 하고, 내담자와 나 둘 사이에서 일어나는 것에 몰입해야 한다.


좀 더 ‘날(raw) 것’의 모습을 경험하는 것이 심리상담에서 중요하다면, 회사 업무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것’이 필요하다 볼 수 있겠다.


회사 업무와 상담 업무가 번갈아 진행되었고, 소진이 온듯했다. 퇴근 후에 종종 하던 운동이 하고 싶지 않아 졌다. 눕고 싶은 생각이 더 강렬했다. 늙어서 그런가 보다는 생각도 했지만, 꼭 그것만이 이유는 아닌 것 같다.


역할 전환에 대한 숙제는 어떻게 다룰 수 있을까? 애사심으로 버틸 수 있는 기간이 길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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