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주
전달받기로 했던 아기 용품이 도착했다.
육아에서 만큼은 한참은 선배인 대학원 후배가 아기 용품을 가득 싣고 도착했다.
“선배, 물건 내릴 거 엄청 많을 거예요. 아기침대, 장난감, … 아마 여러 번 옮겨야 할 수도 있어요.” 며칠 전 나눈 이야기가 떠올랐지만 그다지 신경 쓰진 않았다. 아기 용품이라는 것이 임신 29주 차의 아내를 둔 내게 큰 의미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간 집에 갖추어진 아기 용품이라고 해봤자 주변의 지인들이 전해준 비교적 크지 않은 장난감 몇 개와 카시트 정도였으며 그나마 그것들도 붙박이 장안에 넣어둬서 존재감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엔 달랐다. 더 이상 보이지 않는 곳에 넣지 못할 만큼 후배가 아기 용품을 가져다준 것도 이유지만, 무엇보다 아기 침대가 위풍당당(?)했기 때문이다.
분해되어 가져온 아기침대를 집 안으로 옮기고, 아기 침대를 조립하기 위해 이리저리 부속을 살피고, 완성된 아기침대의 활용법을 후배에게 전달받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과정에서 기분이 묘해졌다. 무엇보다 다 만들어진 아기침대를 바라보고 있자니 기분이 더 이상해졌다.
“침대가 들어오니까 이상해졌다 그치? 집에 벌써 아기가 있는 것 같아.” 아내도 나와 비슷한 기분을 느끼는가 보다.
아빠가 되는 건가? 아내의 배 위로 손을 얹고 ‘아빠’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따뜻한 이야기를 건넨 경험은 있지만 이처럼 직접적으로 와닿은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비록 크지 않은 아기 침대지만 그 자체가 방 한 켠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가져다주는 의미는 생각보다 컸다.
아침에 일어나 다시 봐도 흠칫하게 됐다. 역시 아기 침대다!
이렇게 부모에 조금씩 가까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