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주
옆지기의 배가 제법 부르다. 옆에 앉아있던 옆지기의 배가 새삼 놀라웠다. 정말 튼튼이가 우리 곁에 다가오려나보다 싶어 기대가 되다가도, 왠지 모를 막연한 걱정이 기대감 옆에 자리 잡는다.
최근에 튼튼이의 이름을 고민했다. 튼튼이라는 태명을 이을 진짜 이름을 옆지기와 함께 생각했다. 이름 짓기의 시작은 어땠는지 기억나질 않는다. 우리 들른 적이 있던 카페에서 앉아 냅킨에 끄적이기 시작했던 것 같다.
”이 이름은 어때? “
“음. 잘 모르겠어. 이 이름은 어때?”
이름 짓는 걸 가볍게 생각했었는데, 우리가 지어줄 이름으로 평생을 살아갈 튼튼이의 모습을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워졌다. 갑자기 이름이 잘 떠오르질 않았다.
인터넷에서 ‘여자아이 이름 추천’, ‘이쁜 이름’, ‘촌스럽지 않은 이름‘ 등을 검색했던 것 같다. 주변에서 한 번쯤은 들어본 이름과 친구 자녀의 이름도 보였다.
“OO 아이 이름이다!”
“어디? 어디? 오!”
친구 아이 이름이 인터넷에 있다는 게 조금 놀라웠다. 갑자기 이렇게 튼튼이 이름을 짓는다는 게 못마땅해졌다. 내 아이 이름을 고작(?) 인터넷에서 찾아 짓는다는 게 성의가 적어 보였다. 태어나지 않은 튼튼이에 대한 예의가 부족하다고 느껴졌다. 그렇다고 신박한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것도 아니면서.
튼튼이 이름 짓기는 종합적인 검토를 거쳐 몇 가지로 추려졌다. 역시 이 집 커피는 맛있다며 커피 맛에 감탄하던 우리는 어느새 튼튼이 이름 짓기에 열중하고 있었다.
최종 후보에 오른 이름을 소리 내어 읽어보았다. 마음이 이상했다. 이름을 부르자 아직 곁엔 없는 튼튼이가 마치 곁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존재감 있는 누군가가 지금 함께 있다.
“당신 닮았으면 좋겠다. 우리 튼튼이.”
“당신 닮아야지.”
옆지기를 꼭 닮은 튼튼이를 상상했다. 누굴 닮게 되든지 이름으로 놀림은 안 받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