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35주
긴 연휴였다. 12일 저녁부터였으니 열흘이다. 추석 기차표 예매에 실패했다는 이유로 연차를 3일 사용해 열흘을 쉬었다.
이번 연휴에는 마음먹은 일들이 꽤나 많았다. 1)추석을 원만하게 보내기, 2)옆지기와 데이트, 3)곧 찾아올 튼튼이를 위한 집안 정리. 지나고 보니 열흘이란 시간이 길지 않다 느껴진다. 저렇게 많은 일이 우리를 감싸고 있었으니.
1. 추석을 원만하게 보내기
희망처럼 원만했다. 차례를 지내고 친정과 시댁 어른을 뵈러 가는 것은 만삭의 옆지기와 옆지기의 반응을 살피는 나에게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가족들의 배려와 옆지기의 책임감으로 채워진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몸도 무거울 텐데, 고생했어. 그러고 보면 가족들 보러 안 가려고 하면 그럴 수도 있었을 텐데.”
“몸이 그렇게 불편한 것도 아니고,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게 더 신경 쓰여.”
2. 옆지기와 데이트
연휴 간 유튜브를 보다가 ‘8번째 신혼여행’이라는 표현을 봤다. 신혼여행은 한 번뿐이라는 나의 선입견과는 다른 접근이라 재미있는 표현이라 생각했다. 이번 옆지기와 데이트는 ‘N번째 태교여행’이었다. 몇 번째인지 정확히 세어보진 않았으니 N번째였다.
“이제 이렇게 둘만 여행 다니는 일은 잘 없겠다.”
“그러게. 이제 진짜 튼튼이 나올 날이 한 달도 안 남았어!”
3. 튼튼이를 위한 집안 정리
거실 재배치, 세탁기 정리 그리고 옆지기를 위한 집안 청소가 주를 이뤘다. 아! 옆지기가 안전벨트를 힘들어하던 게 눈에 밟혀 선물 받은 임산부용 안전벨트도 설치해 두었다.
하나하나 할 때마다 이 모든 것이 튼튼이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대상을 위해 무언가를 준비한다는 생각은 현실감을 떨어뜨리지만, 다른 누군가가 아닌 우리 가족이 생긴다는 생각에 꽤나 집중했던 것 같다.
“이 정도면 될까? “
“응. 일단 이 정도로 해놓고, 아직 시간은 있으니 바꾸고 싶으면 또 바꾸자. “
일상은 행위로 구분할 수 있지만, 함께한 누군가로 구분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번 연휴는 옆지기와의 시간으로 기억된다.
99%의 시간 동안 옆지기와 함께였다. 주말부부로 지낸 지 1년 반이 지나는 동안 이렇게 오랜 기간 함께하는 것은 아마 내 기억엔 처음이다.
말 그대로 ‘찐한’ 데이트였다. 그런데 그 데이트 시간이 너무 만족스럽고 행복했다. 함께한 시간 동안 난 옆지기의 눈을 자주 봤다. 눈을 마주치면 옆지기는 내게 눈웃음을 보였다. 그 눈웃음을 닮고 싶다는 생각을 꽤나 많이 했던 것 같다.
올라가는 내 가방 속엔 많은 사랑이 담겨있다. 엄마가 준 포도, 장모님이 주신 귤 그리고 그것들을 하나라도 더 챙겨주려고 내게 연신 무엇을 가져갈지 묻는 옆지기의 사랑까지. 가득한 마음들에 눈물 차오르는 감사함과 평안함을 함께 느낀다.
그리고. 드디어 가을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