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주 차
본가로 내려오는 기차에서 내린 뒤 향한 역 밖 주차장으로 향했다. 옆지기가 주차를 해두고 기다리고 있었다. 여느 때라면 기차나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향했겠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출산 후 옆지기가 들어갈 산후 조리원 룸투어(?)를 신청해 두었기 때문이다.
옆지기는 조리원에 다시 확인 전화를 했고, 우리의 금요일 저녁은 ‘산후 조리원 방문’으로 채워졌다.
친절히 우릴 맞아준 직원은 차분히 시설에 대해 안내해 주었다. 요가를 위한 공간, 머물 방 그리고 아기들이 머무르는 공간(공간 이름을 칭하는 명사가 기억나질 않는다) 등 모든 공간들이 만족스럽게 느껴졌다. 옆지기도 마찬가지인 듯 보였다.
특히, 갓 태어난 신생아들이 모여 있는 공간엔 6~7명의 아기들이 있었는데, ’ 어떡해, 너무 귀여워’라는 탄식이 끊이지 않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는 공간이었다. 딸 바보가 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점치고 있었지만, 진짜 그리 될 것 같다는 가능성이 더 커진 순간이었다.
산후 조리원 투어를 마치고 난 뒤 화장실을 찾고 있었다. 엉덩이가 불편했기 때문이다. 무언가 묻어 찝찝하고 불편하다는 느낌이 강했다. 예전에도 경험했던 느낌이었다.
‘피곤했나? 궁뎅이 상태가 좀 안 좋은 거 같은데.’라는 생각으로 깊은 불안감을 억누르고, 아내와 막창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이틀이 지난 일요일 저녁, 난 직장이 있는 서울로 올라가지 않았다. 아니 그러지 못했다. 내일 궁뎅이 검진을 위해 병원에 가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상태가 좋지 않다는 증거가 이틀 사이에 갑작스레 많아졌다.
‘아내 수술날이 다음 주 금요일인데, 이런 걸로 신경 쓰고 싶지 않아.’
‘아 씨, 짜증 나네. 또 입원해야 하면 어떡하지? 회사는, 다른 일정들은…‘
여러 불안과 걱정이 나를 휩쌌다. 굳이 웃긴 측면을 찾아보자면 간호사 앞에서 엉덩이를 보인다는 수치심은 과거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다는 것 정도였다.
옆지기에게 내일 연차를 쓰고 병원에 가야겠다고 이야기했다. 걱정 말라며, 괜찮을 거라고 위로해 줬다. 내 몸이 아픈 것을 원망할 수도 있었는데 그러지 않고 순수하게 날 염려해 주어 고맙다고 말했다. 말하는 순간 눈물이 났다. 참지 않고 울었다.
꽤나 내 건강과 튼튼이를 한껏 안고 있는 옆지기에 관한 걱정이 컸나 보다. 그리고 수술은 무섭고 싫었기 때문이다.
내일 아침 일찍 방문할 병원이 날 따뜻하게 안아주었으면 한다.
‘괜찮을 거예요. 튼튼이가 태어나도 아무렇지 않게 보살펴줄 수 있는 최상의 엉덩이 컨디션이 될 수 있을 거예요.‘라고 말해주었음 한다.
+ 오늘 병원다녀왔습니다. 별일 아니라네요.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