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슥슥 Oct 13. 2024

준비, 준비 그리고 준비

38주


준비의 연속이었다.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저녁까지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다. 38주라는 숫자가 주는 무게만큼 내 마음도 무거워졌다.


사람들을 만났다. 다음 주 출산 이후엔 외부 사람들을 한동안 보기 힘들 터였기 때문이다. 오랜 후배가 금요일 퇴근 후 집으로 찾아왔다.


“배가 진짜 더 불렀네요. 어떡해요. 기분이 어때요?“


금요일 저녁은 늦은 시간까지 후배와 공유했던 추억과 후배의 직장 그리고 연애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이야기에 피곤하진 않을지 옆지기가 걱정됐다.


토요일엔 부모님과 동생 내외의 만남으로 채워졌다. 두 돌에 다가서는 조카의 모습이 요즘 들어 더욱 늠름해 보였다. 말이 꽤나 늘었고, 아는 것들이 많아졌다.


카페 야외에서 꽤나 큰 노란 몸뚱이로 기어가는 벌을 가리키며

”은우야, 이건 벌이야 벌.“ 이랬더니, 잠시 생각하는 가 싶더니 별안간 내게 와락 안겼다. 안으려 해도 걷는걸 더 좋아하던 아이가, 벌이 무서운 존재라는 것을 아는 다 큰(?) 아이가 되었다.


‘우리 튼튼이도 이렇게 건강하고 이쁘게 자라줬음 좋겠다.’


일요일엔 캐리어를 꺼냈다. 해외여행에서나 꺼내던 꽤나 큰 캐리어였지만, 이번엔 여행지가 아닌 병원과 조리원을 위한 캐리어다. 옆지기와 이야기를 나누며 캐리어를 차분히 채웠다.


“이제 진짜 얼마 안 남았다 그치?”

“5일 남았어. 5일.”

“다음 주에는 튼튼이를 직접 만나볼 수 있겠다… 기분 이상해. 으…”


유튜브에 한참 열중하며 출산 전후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또 옆지기의 수술 후 과정을 공부했다. 해외여행 갈 때와는 다르지만 곧 튼튼이를 만나게 될 거라는 생각은 해외여행 갈 때와는 다른 기대감과 약간의 긴장 그리고 걱정을 만들어냈다.


유튜브에서 남편이 신생아실 창문을 통해 갓 태어난 자식을 만나는 장면이 나왔다. 내 자식도 아닌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이제 남편에서 아빠가 될 차례다.


옆지기가 좋아하는 무화과를 잔뜩 먹었다. 나도 기분이 좋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