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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슥슥 Oct 27. 2024

튼튼이를 안아보다

에필로그_1


지난주 옆지기가 출산을 했고(너무 고생 많았어요), 이번주에는 조리원으로 이동했다. 다행히 옆지기와 튼튼이는 건강하다. 이따금 수술한 배가 아프다고 하는 옆지기가 걱정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출산과 관련한 최악의 걱정에서는 벗어난 것 같다(홀아비가 된다던지 그런…).


아빠가 되면 아이를 바로 안아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영화나 미디어에서 나오는 ‘갓난아이를 안고 들어 올리는’ 이벤트가 내겐 일어나지 않았다. 튼튼이와의 첫 만남은 인큐베이터 같이 생긴 통을 두고 이루어졌고, 조리원에서 퇴소할 때까지 면회는 유리창을 두고 이루어졌을 뿐이었다.


사실 안아보고 싶었다. 우리 가족이라는 범주에 추가된 튼튼이를 생생하게 느껴보고 싶었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서 안아보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도 상당히 컸는데, 혹시 모를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다.


‘나한테 묻어 있는 바이러스가 갓 태어난 튼튼이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도 있어.’ 이 생각은 튼튼이를 향해 다가가려는 내 마음을 막기에 매우 충분했다. 직접 접촉하는 것을 더 미루라고 해도 충분히 그럴 마음이 생길 정도였다.


조리원에서 초음 튼튼이를 제대로 안아본 순간이 잊히지 않는다. 조리원 생활 4일쯤이었다. 우리는 조리원 환경에 튼튼이가 익숙해지길 며칠간 기다렸다. 물론 누가 튼튼이를 직접 만나지 말라거나 막아선 것은 아니었다. 다만, 나는 조심스러웠다. 옆지기도 내 마음과 같은지 아니면 내 마음을 읽은 건지 튼튼이와의 만남을 재촉하지 않았다. 그리고 내 마음 한편에는 튼튼이를 내가 제대로 만질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도 있었다. 돌이켜보면 그것은 공포에 가까웠다.


머리가 옆지기 손바닥 보다 작은 튼튼이


튼튼이는 내 팔꿈치에서 손 끝까지의 길이만 했다. 안아 올리고 한참을 쳐다봤다.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새로운 세계의 무언가를 마주한 순간이었다. 튼튼이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매료되었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이다. 마법에 걸린 것처럼 눈이 저절로 튼튼이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추적했다. 나도 모른 새 내 입가엔 미소가 드리워있었다.


내담자의 기분을 확인하고, 일어나는 내 감정을 꽤나 섬세하고 명료하게 노력하는 편이지만, 이 순간의 감정은 ‘복잡했다’는 표현으로 남길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반가움, 벅차오름, 신비함, 감동, 책임감 등 여러 가지 것들이 스쳐 지나가고 튼튼이에게 뗄 수 없었던 눈 속에는 뜨거운 눈물이 서서히 차올랐다.


“이렇게 안아보니까 기분 진짜 이상하다.”


옆지기는 내게 ‘나도 그랬어.’라는 듯 빙그레 웃어 보였다. 방안을 뱅글뱅글 튼튼이를 안고 한참을 걸었다. 쌔근거리는 숨소리, 꽤나 따뜻한 체온, 옷 속에서 발버둥 치는 것까지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고작 50cm에 2.9kg밖에 안되지만 분명 새로운 ‘가족’의 탄생이다.


출산휴가를 마치고 서울로 올라가는 기차 안이다. 튼튼이의 얼굴이 아른거린다. 이렇게 딸 바보가 되는 건가? 회사엔 미안하지만 이번 한 주는 꽤나 튼튼이와 회복 중인 옆지기 생각을 많이 할 것 같다.


엄마 괴롭히지 말고, 잘 지내고 있어요! 벌써 보고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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