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주
준비의 연속이었다.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저녁까지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다. 38주라는 숫자가 주는 무게만큼 내 마음도 무거워졌다.
사람들을 만났다. 다음 주 출산 이후엔 외부 사람들을 한동안 보기 힘들 터였기 때문이다. 오랜 후배가 금요일 퇴근 후 집으로 찾아왔다.
“배가 진짜 더 불렀네요. 어떡해요. 기분이 어때요?“
금요일 저녁은 늦은 시간까지 후배와 공유했던 추억과 후배의 직장 그리고 연애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이야기에 피곤하진 않을지 옆지기가 걱정됐다.
토요일엔 부모님과 동생 내외의 만남으로 채워졌다. 두 돌에 다가서는 조카의 모습이 요즘 들어 더욱 늠름해 보였다. 말이 꽤나 늘었고, 아는 것들이 많아졌다.
카페 야외에서 꽤나 큰 노란 몸뚱이로 기어가는 벌을 가리키며
”은우야, 이건 벌이야 벌.“ 이랬더니, 잠시 생각하는 가 싶더니 별안간 내게 와락 안겼다. 안으려 해도 걷는걸 더 좋아하던 아이가, 벌이 무서운 존재라는 것을 아는 다 큰(?) 아이가 되었다.
‘우리 튼튼이도 이렇게 건강하고 이쁘게 자라줬음 좋겠다.’
일요일엔 캐리어를 꺼냈다. 해외여행에서나 꺼내던 꽤나 큰 캐리어였지만, 이번엔 여행지가 아닌 병원과 조리원을 위한 캐리어다. 옆지기와 이야기를 나누며 캐리어를 차분히 채웠다.
“이제 진짜 얼마 안 남았다 그치?”
“5일 남았어. 5일.”
“다음 주에는 튼튼이를 직접 만나볼 수 있겠다… 기분 이상해. 으…”
유튜브에 한참 열중하며 출산 전후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또 옆지기의 수술 후 과정을 공부했다. 해외여행 갈 때와는 다르지만 곧 튼튼이를 만나게 될 거라는 생각은 해외여행 갈 때와는 다른 기대감과 약간의 긴장 그리고 걱정을 만들어냈다.
유튜브에서 남편이 신생아실 창문을 통해 갓 태어난 자식을 만나는 장면이 나왔다. 내 자식도 아닌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이제 남편에서 아빠가 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