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주
베르나르 뷔페BERNARD BUFFET의 전시를 만났다. 미술은 잘 모르지만, 오디오 가이드를 통해 그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코 끝이 찡해지는 부분이 있었는데, 베르나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그랬다. 그는 그림을 자신의 존재와 동일시하였으며, 파킨슨으로 그것을 이어가지 못한다는 현실을 마주하고는 스스로 삶을 마감하는 선택을 했다. 그 선택의 깊이를 알긴 힘들지만, '고결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죽음이라는 이슈는 코 끝을 항상 찡하게 만드는 듯하다.
그런데 코 끝을 더더 찡하게 만들었던 것은 그의 아내인 에나벨 뷔페에 대한 이야기였다. 둘의 모습은 내 머릿속에 있는 일반적인 부부의 모습과는 달랐다. 에나벨과 베르나르는 서로를 존경했다. 단순히 서로의 의사를 따르거나 이해했다의 수준이 아닌, 서로의 세계를 깊이 이해하고 열렬히 사랑한다는 것이 매우 생생하게 느껴졌다.
죽음에 대한 이야기 이후 오디오를 통해 흘러나오는 에나벨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눈물이 핑 돌았다. 돌이켜보면 부부의 위대한 사랑, 존중 그리고 죽음이라는 것이 만들어내는 복잡한 마음 때문이라 생각된다.
옆지기는 나의 에나벨이다. 나를 존중해 주고, 나의 선택을 믿어주는 것이 느껴진다. 과장을 보태자면 내가 죽고 난 후 누군가에게 나에 대한 평을 물어올 때, 에나벨처럼 나에 대한 존중을 표현해 줄 것 같다.
"마지막에 눈물이 핑 돌더라."
옆지기가 관람을 마치고 이야기했다. 나도 그랬는데라는 말은 굳이 하지 않았다.
쉬기 위해 카페에 들러 디저트를 고르던 중 옆지기에게 물었다.
"뭐 먹을까?"
"나 티라미수 아니면, 레몬 치즈 케이크."
나도 똑같았다. '나도 둘 중에 뭘 먹을지 몰라서 물어본 건데...' 속으로 웃음이 났다.
옆지기가 소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