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주
옆지기는 요즘 식단관리에 한참이다. 임신성 당뇨를 경고받았기 때문이다.
식사 시간에 ‘뭐 먹을까?’라는 질문을 하려다 보면, 약간 힘 빠진다. 옆지기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메뉴가 한정적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질문한 내가 외려 미안해진다.
나 먹고 싶은 거 먹자는 말에 나 또한 옆지기에 빙의되어 생각하다가, 수위가(?) 낮은 음식을 말한다. 어쩌면 당연하게도 옆지기도 나도 마음에 들지 않는 메뉴를 선택하게 된다.
그런 음식을 먹고도 당 수치가 높아질까 걱정되어 운동을 해야 한다며 종종 거리는 옆지기를 보고 있자면 애처롭고, 안쓰럽고, 미안한 이야기지만 동동 거리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다.
남들은 임신하면 먹고 싶은 것도 실컷 먹고 한다던데, 옆지기는 임신 초기엔 입덧 때문에, 입덧이 사라지고 난 지금은 임신성 당뇨 때문에 먹기와는 거리가 멀다. 늘 안타까운 부분이다.
어제까지 함께하다 오늘 혼자되어 선택한 메뉴는 떡볶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옆지기가 어제 쿠팡에서 주문해 준 음식이다. ’나 떡볶이 먹고 싶어. 골라서 주문해 줘.’라는 요구에 옆지기는 마치 자기가 먹을 떡볶이를 고르듯 열심히 골라주었다.
평소 좋아하지 않았던 떡볶이인데, 종일 별다른 걸 먹지 않았더니 꽤나 맛있게 느껴졌다. 옆지기가 함께 먹었다면 좋았을 텐데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최애 메뉴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맛있었는데, 조금 마음이 먹먹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