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정년은 처음이야
대학 살사들 이야기, 매일매일 처음처럼
두 번 사는 삶이 있는 걸까?
나는 지금껏 그런 삶을 본 적은 없다.
두 번의 삶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번 삶은 내게 처음이다.
직장을 다니며 많은 문제에 부딪히면서도, 긴 세월을 넘어 그런대로 잘 헤치면서 살고 있다.
처음 하는 일에 당황하며 어리바리 일을 했던 신입시절 나는, 별일 아닌 듯 노련하게 일을 처리하는 경험 많은 선배가 부러웠다.
대학본부에서 몇 개 과, 도서관, 단과대학 근무를 경험하면서, 나도 어느 틈엔가 선배가 되었다. 그런데 경험할 만큼 했었던 나에게는, 왜 그렇게 하는 일마다 처음인 일이 많았던 것인지...
내가 신입시절 부러워했던 그런 노련한 선배는 있었던 건가?
그때의 그들도, 보이는 것과는 다르게, 나처럼 늘 처음 같았을까?
중학교 시절, 할아버지는 나와 함께 진지를 드시며, '네 눈에 내가, 어제의 할아버지와 같은 사람으로 보이니?'하고 물어보시곤 했다. 내 눈에 할아버지는 다르지 않아 보였기에, 그때의 내 대답은 항상, '같아 보여요'였다.
아직도 다 이해하기 어렵지만, 할아버지는 나에게 어제와는 다른 내가 되기를 바라셨던 것 같다. 늘 만나는 사람들도 매일매일 처음처럼 바라보라는 뜻도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할아버지가 원하시던 답은 아마도 '달라 보여요'였지 않았을까?
나는 운 좋게도 30여 년을 한 울타리에서 직장생활을 해왔다. 오늘 선배로서의 나는, 후배의 눈에 '경험 많은 능숙한 사람'으로 보이기는 싫다. 그저 나는, '처음 하는 일을 편안하게 하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다.
나도 이 세상은 처음 살아보는 거야.
그래서 너처럼, 지금 이 순간은 처음이야.
나도 60은 처음이거든,
그래서 정년은 처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