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십 여명의 사서가 근무하는도서관에, 행정직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지내는 사람이 둘이니, 색이 다르다고 할만하다. 며칠 전에 한 명이 늘어서이제는 셋이 되었다. 무엇인가를 해낼 수는 있지만, 강한 색을 내기에는 좀 부족해 보인다.
요즈음 도서관에는 책 냄새가 나지 않는다.
그보다는 오히려 '삐~비빅' 울리는 감응기의 경고 소리와 스캐너의 '띡~'소리, 그리고 자판을 두드리는 '따다닥'이 더욱 익숙한 곳이 되어가고 있다.
이용자들도 더 이상 느긋하고 자유롭게 깊숙한 의자 속에 몸을 묻고, 책장을 넘길 수있는 여유는 없다. 그저 반듯한 탁자에, 가지런히 배열된 의자에 앉아, 앞사람의 뒤통수를 보거나, 마주 앉아서 무엇인가 할 일을 하는 그런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문득 탁하게만 느껴졌던 예전의 그 책 냄새가 다시 그리워진다. 겨울철 추운 교실, 조개탄 난로 위에서 구수한 냄새를 풍기던 도시락 내음처럼....
요즈음 우리 도서관의 가장 큰 관심은 '찾아가기 서비스'이다. 이용자들에게 그동안의 서비스에 대한 아쉬움을 채워주려고 '이것이 제법 괜찮습니다.''. '이런 것도 있습니다.' 하면서 많은 직원들이, 찾아가는 서비스를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곳곳에서의 좋은 반응도 나타나고 있다. 도서관의 찾아가는 서비스가 한참 달려가고 있다.
그런데 옆에서 보는 나의 마음은 그리 한가롭지 못하다. 이렇듯 좋은 서비스를이용자가 원하는 만큼 제공할 수 있다면 좋은데, 대학이라는 특성상, 한없이 확대될 모든 이용자들의 입맛을, 그것도 자율로 무장한 고도의 전문가 집단의 입맛을, 어찌 하나하나 맞출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다.
혹여 우리 도서관 사람들이 지쳐버리면 어쩌나? 하는 우려도 있다.
단기적인 다소의 만족이 오히려 장기적인 불편으로 남는다면 어찌 되는 것인가?
내가 아는 대학 도서관은 사람과 문화 그리고 학문이 함께 숨 쉬는 곳이다.
자료로 가득 채워진 커다란 서고 건물이 아니라, 자료를 매체로 하여 사람과 문화와 학문이 만나는 곳이고, 그 중심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도서관은 한 없이 자유로운 생각을 지닌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서로 부딪치며, 한바탕 신나게 어울리기 좋은 곳이다. 이곳에서 한 세월을 보내는 사람들이, 그러한 어울림에 코디네이터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며, 또한 이 곳을 삶의 한 자리로 여기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나는 색깔이 다른 도서관 사람인지라, 지금 나의 이러한 생각이 맞는 것인지는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네 도서관 사람들 모두가,학문의 길을 걷는 연구자들에게 등대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니, 그 등대에 칠해져 있는 색이 분홍색이든, 보라색이든 그 색체를 가릴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발하는 빛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열정의 색'이라면 족하지 않겠는가?
내일도 나는 그런색깔을 마음속 깊이 품고 살아가는 도서관 사람이고 싶다.
퍼뜩 든 생각에, 예전에 쓴 글을 찾아냈다. 2008년 ㅇㅇ대학 도서관보에 실렸던 글을 재구성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