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나라~ 물러나라!! 물러나라!

소설 <나는 첨부물입니다> #10

by 정현

본부와 학생회 간의 갈등은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 서로 간의 입장은 평행선을 그리며 대화의 장은 결국 흐지부지 답보 상태로 남았다.


학생들의 시위는 연일 계속되었고, 학교 전체가 점점 피로감에 젖어들었다. 모든 이들이 지쳐가던 어느 날, 나에게 느닷없는 소식이 전해졌다. “총장실 기습 점거 농성 시작.”


그 순간, 내 심장은 덜컥 내려앉았다. 이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해지고 있었다. 학생들의 의지는 확고했고, 그들의 요구는 단 하나였다.


"비리 총장은 물-러나라.”


학생과장과 직원들은 며칠째 이어지는 점거 속에서 야간근무를 밥 먹듯이 하며 밤을 새우고 있었고, 상황은 극도로 혼란스러웠다.


나의 상황도 녹록지 않았다. 나는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상태였다. 허리에 두른 큼지막한 복대가 눈에 띌 만큼 내 몸은 여전히 불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에서 누워있다는 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내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는 자책감에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한 상태였다. 아내는 그런 나를 붙잡고 소리쳤다.


"아니, 지금 뭐 하는 거야! 아직 더 쉬어야 한다고 했잖아. 그러다 정말 다시 아주 눕게 될 거라고!"


"미안해, 하지만 이렇게 누워만 있을 수는 없어. 나가서 내가 해야 할 일이 있어."


아내의 까랑까랑한 목소리를 뒤로하고 나는 문을 열고 나섰다. 차갑고 무거운 공기가 피부에 닿자, 나의 결심은 더욱 단단해졌다.


오랫동안 방치되었던 차를 꺼내 주차장을 빠져나올 때, 차가 삐거덕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헛웃음을 터뜨리며 혼잣말을 했다.


"차 상태가 꼭 내 몸 상태 같군. 삐거덕거리는 게 영 딱하다, 딱해."


학교 정문에 가까워지자, 시위하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똑똑히 들려왔다.


"비리 총장 보호하는 대학 본부 각성하라~ 각성하라!! 각성하라!"


"시간 끌며 버티려는 총장은 사퇴하라~ 사퇴하라!! 사퇴하라!"


구호는 예리한 칼날처럼 귀에 박혔고, 나는 순간적으로 눈을 질끈 감았다. 학교로 향하는 내내, 머릿속은 끊임없이 돌아갔다.


'버티기가 힘든 상황이 되었다. 학생들에게 점거를 풀 명분을 주어야 하는데...'


본부 주차장에 도착할 즈음, 나는 무겁게 내린 창문 틈으로 시위 현장을 다시 한번 훑어보았다. 학생들은 생각보다 질서 정연했다. 5층 본부 건물 가운데 총장실이 있는 4층 동축만 점거한 채 나머지 부서들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정돈된 모습이 오히려 불안감을 더 자극했다.


'이건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신호야. 학생들이 쉽게 물러서지 않겠다는 거지.'


나는 본능적으로 느꼈다. 이 상황이 쉽게 끝나지 않을 거라는 걸. 만약 사태가 장기화되면 총장은 코너에 몰릴 수밖에 없었다. 불길한 예감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점거는 계속되었고, 학생들의 구호는 더욱 단호해졌다. 지역 뉴스에서 이 사건을 보도하기 시작했고, 이어서 전국 단위의 TV 뉴스에서도 속보로 다뤘다. 신문은 후속 기사와 함께 사설을 연달아 내보냈다.


사태가 이 정도로 확산되면 수습은 거의 불가능해진다. 언론은 학생들의 편에 서기 시작했고, 여론은 학교 본부를 향해 거세게 몰아붙였다.


"뭐? 서울대 총장이 그런 일을 했다고?"

대중의 목소리는 점점 더 커져갔고, 마침내 결정적인 순간이 다가왔다.


휴대전화의 벨소리가 울렸다. 묵직하고 긴박한 울림이었다. 전화기를 집어 드는 순간, 나는 손바닥에 땀이 배어 나오는 것을 느꼈다.


"예, 총장실 현 비서관입니다."


나의 목소리는 긴장감에 떨리고 있었다. 반대편에서는 냉정하고 단호한 음성이 들려왔다.


"총장님 전화 가능하십니까? 여기는 OOO 교육수O실입니다."


순간, 총장실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고요해졌다.


총장님은 내 손에서 전화기를 건네받았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이 내 눈에 포착되었다. 전화를 받는 목소리는 평소보다 한층 낮고 느릿했다.


"예... 서울대 총장입니다."


짧은 인사 후, 반대편에서 들려오는 말에 총장님의 표정은 서서히 굳어져 갔다. 이마에는 송골송골 땀이 맺히고, 몇 번이고 "네, 그렇습니다. 네..."를 반복하며 말을 줄였지만, 목소리에서는 초조함이 그대로 묻어났다.


그 사이, 본부 건물 밖에서는 총장실 점검 학생들을 옹호하는 또 다른 학생들의 구호 소리가 더욱 커져갔다.


"비위 총장 물러나라~ 물러나라!! 물러나라!"
"대학 본부 각성하라~ 각성하라!! 각성하라!"


총장님은 전화를 든 손을 옆으로 내려놓으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곧 얼굴에는 심각한 결단력이 비쳤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돌아보았다.


"지금 즉시 학생처를 주관부서로 하는 본부 대책회의를 소집해 줘요."


목소리는 단호했지만, 긴장된 톤을 숨길 수 없었다. 나는 얼른 고개를 끄덕이고 나가려는 순간, 총장께서 덧붙였다.


"그리고... 언론 대책도 준비하세요. 이건 단순히 학교 내부 문제가 아닙니다."


순간, 내 심장은 두 배로 뛰기 시작했다. 총장님의 말씀이 사실이었다. 이 사건은 더 이상 학교 담장을 넘지 못할 작은 이슈가 아니었다. 사회의 이목이 이곳에 집중되고 있었다.


학생들의 의지는 강했고, 여론은 이미 학교 본부를 압박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