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나는 첨부물입니다> #11
나는 서둘러 비서실을 나서며 이번 사태가 어디까지 번질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점거는 단순한 항의의 수준을 넘어섰다.
학생들은 총장실을 무력으로 장악한 상태에서 철저하게 체계적인 전략을 실행하고 있었다.
'이대로는 안 된다. 무언가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또 다른 전화가 울렸다. 이번에는 학교 홍보실에서 걸려온 것이었다.
"홍보실입니다. 방금 뉴스 보셨습니까?"
"아직 못 봤습니다. 무슨 일입니까?"
"지금 실시간으로 주요 언론사에서 이번 사건을 헤드라인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심지어 일부 채널에서는 긴급 토론 프로그램까지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숨이 턱 막혀왔다. 상황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악화되고 있었다. 이제 단순한 내부 갈등이 아니라, 전국적인 관심사가 되어버렸다. 나는 급히 회의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회의실 문을 열자, 이미 몇몇 직원들이 다급히 논의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책상 위에는 신문과 뉴스 기사들이 빼곡히 놓여 있었고, 화면에서는 뉴스 앵커가 총장실 점거 소식을 속보로 전하고 있었다.
학생과장이 눈에 먼저 보였다.
"학생과장님, 우리의 대책이 있을까요?"
내 물음에 학생과장과 직원들은 서로 눈치만 보며 대답을 망설였다.
"더 이상 시간을 끌 수 없습니다. 오늘 안에 무언가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내가 안타까움을 토로하자마자, 회이실 문이 열리고 총장께서 등장했다. 총장님의 얼굴은 이전보다 더 어두웠다.
"이제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학생들과 직접 마주하고 대화를 시작하겠습니다. 아이들에게 물러날 명분을 줘야 합니다."
그 말에 모두가 숨을 삼켰다. 그것이 단순한 대화가 아니란 것을, 결국 한쪽이 무너지지 않으면 끝나지 않을 싸움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
긴장감은 회의실을 가득 메웠고, 나는 총장님의 말씀이 결국 모종의 결단의 시간이 다가온 것임을 직감했다.
긴박한 상황 속에서 모두의 시선은 총장님에게로 쏠렸다. 총장님은 손에 쥔 서류를 조용히 내려놓으시며 회의실을 둘러봤다. 순간, 총장님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건 단순히 우리 학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우리 대학의 명예는 물론이고, 앞으로의 모든 대학 운영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걸려 있습니다."
한 마디 한 마디는 묵직하게 다가왔다.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누군가 작은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그러나 학생들의 요구를 그대로 들어주면, 우리가 약점을 인정하는 셈이 됩니다. 그것이 곧 치명적인 선례로 남을 수 있습니다."
회의실 안은 정적이 흘렀다. 그 말은 모두의 걱정을 대변하고 있었다. 그러나 총장님은 이미 결정을 내린 듯 단호하게 말했다.
"학생들에게 명분을 주되, 우리의 입장도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닙니다."
그 순간, 회의실 밖에서 또다시 시끄러운 발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급히 문을 열고 들어왔다.
"총장님! 밖에서 학생들과 경찰 간의 충돌이 시작됐습니다!"
회의실 안은 다시금 술렁였다. 최악으로 이어지는 상황이었다. 나는 재빨리 밖으로 달려 나갔다. 복도 끝 창문으로 본 풍경은 더할 나위 없이 혼란스러웠다. 학생들은 경찰의 방패를 밀쳐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고, 일부는 이미 본부 건물 앞까지 진입한 상태였다.
'이대로 가다간 정말 누군가 다치겠어...'
나는 심호흡을 하며 굳게 다짐했다. 모든 것을 멈추게 해야 한다는 결심이 내 안에서 불타올랐다. 그러나 상황은 이미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학생들 중 일부가 본부 유리문을 밀치며 안으로 들이닥쳤다. "물러나라! 물러나라!"라는 구호가 실내를 가득 메웠고, 공기는 숨 막히게 무거워졌다. 유리창이 흔들리는 소리가 귀를 찔렀고, 문 앞에 서 있던 경비원들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멈춰! 이대로는 다들 다쳐!"
학생처장의 목소리가 복도를 울렸지만, 이미 흥분한 학생들에게는 들리지 않는 듯했다.
나는 그 혼란의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갔다. 내 허리의 복대는 점점 더 타이트해져 왔고, 숨이 턱턱 막혔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여러분, 이러다간 대화의 장조차 사라질 겁니다!"
계속되는 학생처장의 외침에 학생들 중 한 명이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에는 분노와 좌절이 뒤섞여 있었다. 그가 크게 외쳤다.
"대화요? 대화는 이미 끝났습니다! 우리가 이렇게까지 해야 겨우 우리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습니까!"
순간, 처장은 말문이 막혔다. 학생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학생들의 감정은 극에 달해 있었고, 본부는 그들의 절박함을 끝까지 외면해 왔던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그때, 총장께서 뒤에서 천천히 걸어 나오셨다. 총장님의 얼굴은 전보다 더욱 굳어져 있었지만, 그의 눈빛만큼은 단호했다. 총장님은 학생들 쪽으로 다가가며 크게 말했다.
"여러분의 목소리, 들었습니다."
순간, 주변이 고요해졌다. 학생들조차 총장님의 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총장님은 한 발짝 더 다가서며 말을 이어갔다.
"그러나 여러분도 알다시피, 이 방식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습니다. 대화의 장을 다시 만들어야 합니다. 내가 직접 나서서 여러분과 함께 논의하겠습니다."
학생들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한참의 침묵 끝에, 학생 대표로 보이는 이가 앞으로 나섰다.
"그럼 오늘 안에 공개적으로 대화의 자리를 마련하십시오. 시간 끌기는 더 이상 없습니다."
총장님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셨다. "좋습니다. 오늘 밤, 모두가 지켜보는 자리에서 해결합시다."
학생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일었다. 긴장은 여전히 감돌았지만, 적어도 폭발 직전의 상황은 잠시 진정된 듯 보였다.
나는 총장님의 옆으로 다가서며 조용히 물었다.
"정말 오늘 밤 대화가 가능하시겠습니까?"
총장님은 내 어깨를 두드리며 낮게 대답하셨다.
"이제는 가능 여부를 따질 시간이 없네. 해야 할 때일 뿐이지."
총장님의 말씀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마음속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늘 밤의 회의가 이 모든 갈등의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지, 아니면 더 큰 불씨를 남길지, 아무도 확신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밤, 문화관 중강당은 학생들과 본부, 언론, 그리고 수많은 외부 인사들로 가득 찼다.
이곳에서의 단 하나의 말이, 지금 사태의 운명을 결정지을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