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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 May 30. 2021

쉰 살 대학

대학 살사들 이야기, 겨레와 함께 미래로

1996년 우리 대학은 개교 50주년을 맞았다.

제강점기를 지나 1945년 국권을 회복하고, 우리나라에는 많은 수의 대학이 설립되었기에, 1996년을 전후해서 쉰 살이 된 대학 여럿이 있었다.


람의 일생에서도 50은 반백살이라는 의미를 두기도 한다. 대학 설립 50주년은 길다면 긴 시간이지만, 세계 최초의 대학이라는 1088년에 설립된 이탈리아 볼로냐대학에 비하면 매우 짧은 편이다.


사실, 우리나라 고등교육은 대학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않았을 뿐,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 뒤지지 않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 고구려 소수림왕 372년에 설립된 태학을 시작으로, 통일신라의 국학은 682년, 고려 국자감은 992년, 조선 성균관은 1310년에 공식적인 국가 고등교육 기관으로 설립 운영되었다.

 



최근, 몇몇 대학에 뜬금없는 역사 논쟁이 불거져, 우리나라 최초의 ㅇㅇ대학이라고 주장하는 대학들이 등장하고 있다. 나름대로 각 대학에서는 근거를 제시하고 있지만, 'ㅇㅇ대학이 최초다'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처음이 중요한 것인지, 오래된 역사가 중요한 것인지는 지금 나에겐 관심 없는 일이다.

내게는 우리 대학이 '어떤 사람들과 무슨 일을 하고 있나'가 더 중요하다. 생일 빠른 것을 자랑하지 말고, 이에 맞는 을 찾아 집중하면 좋겠다.


50주년을 맞이했던 그 1996년에, 우리 대학은 무슨 일을 하고 있었지?

사람의 일생에서 50세를 지천명이라 한다. 세상을 알게 되어 쓸데없는 욕심에서 조금 벗어나고, 하늘의 섭리를 알게 된다는 뜻이 담겨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나도, 우리 대학도, 하늘의 뜻을 알기는커녕, 아직도 제 길을 못 찾고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어느 대학에서 것을 한다면 우리 대학도 그것을 시작했고, 누가 그게 좋다면 나도 그 찾아 헤매던 일이 너무도 많았다.


홍익인간이 우리나라 교육의 근간이 되는 기본이념이라면,

우리가 찾아야 하는 것은, 

고조선 시대 '고등교육기관 설립이 언제인가?' 하는 시작의 역사가 아니라,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하라는 이념을 가지고 무엇을 했나?' 하는 실천의 역사이다.




1996년 쉰 살의 우리 대학은 겨레와 함께 미래로 가고 싶어 했었다.


25년이 지난 지금,

그때의 미래였던 오늘,

우리 대학 곁에는 겨레가 함께하고 있는가?

또다시 우리는 미래를 기약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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