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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진욱 Nov 09. 2020

매향으로 장엄한 극락세계(4)

선암사(10~12)

10. 칠전선원과 달마전    


 각황전 우측에 자리한 칠전선원은 응진전을 중심으로 7개의 전각이 자리하고 있는데, 이곳의 자랑이 바로 600년 된 영산홍과 자산홍이다. 담장 위까지 어깨를 드리우고 꽃을 피우는 영산홍과 자산홍은 그 화려함이 극에 다다라, 이곳이 진정 고승들이 뼈를 깎으며 정진한다는 선방인지? 아니면 신선들이 모여 음악과 춤을 즐긴다는 선유원인지? 도무지 분별 못할 만큼 원색적이고 고혹적이다. 그러나 응진전 마루에 앉아 마당을 내려다보면, 마치 고향을 지키는 어머니 무릎처럼 고요하고 편안하고 따스하다. 뒷산 차밭을 스치고 내려오는 부드럽고 싱싱한 바람. 이끼를 머금은 낡은 돌담, 나지막한 곡선으로 완만하게 흘러내린 뒷뜰 자락, 그리고 그곳에 피어난 각종 풀꽃들...하여 칠전선원은 마치 오랜 정취와 품격을 지닌 종손집처럼 고고하면서도 친근하다. 특히 영화 ‘동승’에 나오는 달마전 차샘은 그 아름다움과 물맛의 기막힘으로 국내 최고의 석정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야생차밭에서 흘러나오는 지하수를 받아 사각형의 석조 하나와 둥근 석정 3개를 홈이 파인 나무로 이어 흘러내리게 했다. 사각은 땅이요 원형은 하늘이다. 땅과 하늘과 바람과 구름을 머금은 감로수. 그래서 선암사 차를 제대로 맛보려면 이 석정의 물로 차를 끓여야 한다는 것이다.     


11. 와송    


 눈과 배와 가슴을 차향으로 채워 넣고 장경각 후문을 빠져나오면 삼성각이 있고, 무량수전이 나타나는데, 넉넉하고 부드러운 무량수전의 현판은 추사 김정희의 작품으로 대흥사 무량수전 현판과 그 글씨체가 매우 닮아있다. 이 무량수전 앞에 선암매와 더불어 600년이 넘는 세월을 지켜온 와송이 있다. 한 가지는 땅으로 눕고 또 한 가지는 하늘로 곧게 서서 얼핏 2그루의 나무가 아닌가 착각을 일으키지만, 분명 뿌리와 둥치가 같은 한 그루다. 하늘과 땅, 우주의 진리를 몸으로 만들어낸 거목의 생불이다. 시공을 초월한 듯 싱싱한 생명력이 넘쳐흐른다.

 이어 창파당과 적묵당 앞 작은 연못을 건너며 둘러보면 눈에 확 띄는 키 큰 전나무와 버들 벚나무들... 곧고 푸른 전나무의 고고한 자태와 화사하고 낭창낭창한 벚나무의 요염한 자태의 조화가 일품이다.  

  

12. 삼다(三多)의 절    


 선암사를 삼다(三多)의 절이라 한다. 다화(多花), 다지(多池), 다석정(多石井)이다.

 봄엔 천연기념물인 선암매를 비롯하여 수많은 고매와 목련, 영산홍과 자산홍, 벚꽃, 철쭉, 금낭화, 탐스런 수국과 석류꽃 그리고 긴긴 여름 내내 배롱나무꽃. 가을이 시작되면 온 세상을 붉은 융단으로 치장하는 상사화, 그리고 황백의 국화가 계절의 마지막을 진한 여운으로 남기고 떠날 때까지 꽃 잔치는 쉼 없이 이어진다.

 그리고 선암사는 연못과 돌우물이 많기로 유명한데, 그것은 아마 숱한 화재를 입은 탓이 아닌가 싶다. 삼인당을 비롯하여 성보박물관, 창파당, 설선당, 천불전, 첨성각, 대각암 등에 크고 작은 연못이 있고, 그 유명한 칠전선원 석정을 필두로 창파당, 천불전, 심검당, 설선당, 삼성각, 응향각, 불조전, 대각암, 운수암, 대승암 등에 아기자기하고 고풍스런 우물들이 즐비하다. 

 이외에도 선암사엔 성보박물관에 소장된 숱한 보물과 국내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야생 차밭이 있고, 뒷산 오솔길을 타고 오르면 선조암터부도(북부도), 무우전부도(동부도)가 있고, 그리고 대각암에는 대각암 부도가 단정하고 깔끔한 자태로 앉아있다. 들러보면 한도 없고, 아무리 머물러도 지치지 않는 절 선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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