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진욱 May 21. 2022

봄 봄 봄 봄 봄

 봄 여름 가을 겨울, 어느 계절을 막론하고 자연은 자신의 모습을 늘 새롭게 창조하며 유혹적인 매력을 보여준다. 봄의 신록, 여름의 녹음, 가을의 단풍, 겨울의 설화, 계절마다 각각 다른 매력이 있어서, 그 우월을 가리는 것은 어리석다고 할 만큼, 사람 마다의 취향이 좌우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오감을 활짝 열어 온몸으로 자연을 느낄 때, 최고는 역시 봄이다. 여름의 싱그러움, 늦가을의 낙엽 내음, 겨울 설화의 환상적인 풍경도 기 막힌 감동을 주지만, 봄이 주는 다양성을 능가하기는 힘들다.

 눈 - 시각

 새봄, 새순과 새싹이 바야흐로 얼굴을 내밀 때, 그 연초록의 색감은 눈을 씻어내는 듯이, 눈알을 갈아끼운 듯이 온몸에 청량함과 신선함을 준다.  또 겨울이 언제 있었냐는 듯, 온 세상을 화사하게 뒤덮는 꽃들의 한판 춤은 모든 살아 있는 생명들로 하여금 모두들 자리를 털고 일어나 미쳐 날뛰도록 만든다. 인간으로 태어나 이들을 바라보고 느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신에게 감사하게 만든다.

 귀 -  청각

 잠에서 깨어난 온갖 사물들이 바야흐로 기지개를 켜고 생명의 자유를 맘껏 외치며, 자신만의 매력을 발산하며 구애하는 절절하고 다급하고 쉼없는 소리들이 밤낮 하늘과 땅을 가득 채운다. 인간들이 만든 소음을 닫고 귀 기울여 보면, 종달새를 비롯한 새들의 노래, 꿀벌을 비롯한 곤충들의 날갯짓, 개구리를 비롯한 양서류의 울음소리, 고라니 멧돼지 등 모든 포유류의 구애 소리로, 봄의 밤과 낮은 늘 아우성이다. 그 소리들은 아름답다. 살아 있다. 특히 아카시아향 하얗게 깔리는 달밤, 물 가득한 논과 도랑에서 울려 퍼지는 개구리 울음소리는 낭만 그 자체다. 잠못 들게 만든다.

 코 - 후각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향기는 춘향(春香)이다. 그래서 우리 민족은 가장 아름다운 여인, 가장 이상적인 여인의 이름을 춘향이라고 붙여, 우리 민족을 대표하는 사랑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봄의 향기, 새순과 새싹과 꽃들의 내음이 어우러진, 그 싱싱하고 싱그럽고 달콤한 봄의 향기야말로 가장 치명적인 유혹이요, 가장 품격 높은 향수인 것이다. 우리 모두 온몸에 봄을 바르고 봄을 뿌리고 봄이 스미게 하여, 춘향(春香)이 은은히 번져나오는 사람이 되자!

 혀 - 미각

 초봄, 우리나라 대지에 피어나는 새순과 새싹의 대부분은 다 먹을 수 있는 나물이라는 말이 있다. 겨울의 딱딱한 음식에 질린 사람들의 입맛을 돋우는 것은 가히 봄나물이다. 달래, 냉이, 두릅, 엄나무, 취나물, 고사리 등등 이름만 들어도 입에 침이 고이지 않는가! 이 봄나물들은 영양가도 높을 뿐 아니라, 몸의 체질을 개선하고 면역력을 높여 주며, 동물성 음식으로 삭막해진 우리의 심성을 고쳐주는 효과까지 있다고 한다. 그 알싸하고 달큰한 새순과 새싹을 입에 넣어 보라! 봄이 스며 든다! 몸이 살아 난다!

 몸 - 촉각

 세상에 새순과 새싹과 꽃잎들의 감촉보다 보드랍고 상큼하고 싱그러운 것이 있을까? 이들은 어린아이 피부처럼 보드랍고, 성모 마리아처럼 순결하고, 새의 깃털처럼 가볍고, 산속 옹달샘처럼 청량하다. 손을 대는 순간, 현실이 아니다. 온몸으로 느껴지는 청아하고 청순하고 연연하고 부드러운 감촉이 피부를 지나 핏줄을 타고 머리를 휘돌아 심장으로 스며들면, 우리 모두는 나무가 되고, 물이 되고, 잠시나마 자연이 된다. 우리 자신이 새순이 되고, 새싹이 되고, 꽃잎이 된다.

 하여 사계절 모두 나름의 매력과 특색을 지니지만, 계절의 여왕은 역시 봄이다. 너도 나도 봄을 즐기자! 봄을 온몸으로 받아들이자! 아니, 우리 모두가 봄이 되자! 봄의 생명이 되자! 봄날의 생기가 되자!

작가의 이전글 바다에 오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