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혼을 위한 순댓국

나만의 소울푸드

by 별의자리

어렸을 때 우리 가족은 외식을 많이 하지 않았다. 그 와중에 그나마 갔던 곳이 시장 안 순댓국집. 아빠 중심으로 돌아가던 시절, 외식 메뉴도 아빠가 골랐었다. 처음에는 냄새가 꼬릿 꼬릿 하고 가게도 깨끗해 보이지 않아 '으 왜 이런 곳을 데리고 온 거야'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계속 먹다 보니 이젠 고깃 국물을 담은 밥 한 수저가 추운 날이면 어김없이 내 머릿속을 채운다.



어른이 돼서 순댓국은 친구들과도 곧 잘 시켜먹는 메뉴가 되었다. 동네마다 웬만하면 오래된 순댓국집이 있어서 이사를 갈 때마다 순댓국 맛집을 검색했다. 스무 살 이후로 지금까지 나는 6번의 이사를 하며 자연히 신도림역, 대림역, 부천역, 김포 쪽 순댓국집은 다 훑고 순회를 했다.



하지만 내 인생 순댓국집은 저 중에 없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와 같이 먹기가 좋아 정말 많이 간 단골집도 저 중에 있었지만, 전라도 여행길에 한번 간 순댓국집은 그 간의 갔던 곳을 다 잊게 만들었다.



평소 지리산을 좋아해 여름 휴가를 남원에서 며칠 묵고 올라가는 길이였다. 남이 많이 하는 것을 왠지 안 따라 하고 싶어 하는 은근 꼬장꼬장한 성격 탓에 전주 한옥마을을 지나 삼례로 갔다. 삼례에는 일제시대 때 호남평야에서 나오는 쌀을 일본에 가지고 가기 위해 만든 규모가 큰 쌀 보관 창고가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곳을 개조해 삼례 문화예술촌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곳에 들를 겸 동네에서 유명한 순댓국집에 밥을 먹으러 갔다.



사실 호텔에서 아침을 뷔페로 무한정 먹어 배가 무지 불렀다. 그래서 반만 먹어야지 하는 생각으로 자리에 앉아 주문을 했다. 그렇게 나온 순댓국은 지금까지 본 순댓국과는 많이 달랐다. 순대는 들어있지 않았고 돼지부속 삶은 것들이 가득 들어있었다. 국물 색도 갈색에 가까울 만큼 양념이 이미 되어있었다. '아이는 못주겠군'이라고 생각하며 한 숟갈을 떴는데 '오잉?' 보기와는 다르게 시원하고 칼칼하며 깔끔한 국물이 일품이었다. 게다가 들어있는 고기들도 아주 신선해 살쾅 살쾅 입 안에서 쫄깃쫄깃 느껴졌다. 결국 부른 배로 한 그릇을 다 먹었고 집에 돌아오며 이런 순댓국집이 집과 너무 먼 곳에 있다는 것을 한탄했다. 전라도 가면 또 가야지 한 게 벌써 3년이 지났다. 맛이 그대로일까 너무 궁금하다.



삼례에서 먹은 순댓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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