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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이취 Aug 29. 2021

당신의 반달 늪은 안전한가요.

<완전한 행복>을 읽고


 자상하고 능력 있는 아빠, 헌신적인 엄마, 사랑이 넘치는 가정에서 큰 아이들은  행복할까? 그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자존감도 높고 긍정적일 것 같았다. 내가 소심하고 피해의식이 있는 건 어린 시절에 충분히 사랑을 받지 못해서는 아닐까 생각했다. 상상하는 완벽한 가정을 갖는다면 나는 완전히 행복해질 수 있을까? 그런 가족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항상 옳은 것일까?



 이 소설은 스릴러 소설의 대가로 불리는 정유정 작가의 신작이다. 악의 3부작으로 유명한 그녀가 욕망 3부작의 첫 편 <완전한 행복>으로 돌아왔다. 행복에 대한 욕망을 다룬 이 소설은 나르시시스트인 유나와 주변 가족들에게 그녀의 욕망으로 인해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 이야기이다.



 엄마의 병환으로 아이를 돌볼 수 없게 되자 아빠자매 중 손이 더 많이 가는 어린 둘째 유나를 시골집에 보낸다. 그렇게 2년.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반달 늪 옆에서 유나는 지낸다. 할머니가 유나를 사랑해 나중에 시골집을 유나 앞으로 상속시킨 것과는 달리 유나는 가족들에게  버림받았다고 생각하며 집에 가고 싶어 악을 쓴다. 할머니, 할아버지의 가스 라이팅이 밑바탕에 깔려있던 훈육방식.  부족한 아이야. 말을 듣지 않으면 다락방에 가둘 거야. 너를 버릴 거야. 이걸 이용해 아이를 순종시킨다. 유나도 어른이 되어 자신의 딸 지유를 학대하며 장악한다.



 어른이 된 유나를 움직이게 하는 건 버림받았다 생각하는 유치원생 꼬마이다. 어린 소녀가 했던 가족을 만들기 위해 그녀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그녀는 결함도 결핍도 없는 무결의 가족을 통해 완전한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 그 노력의 결과는 완벽한 가족을 만드는 데 걸림돌이 되는 다른 사람들을 없애버리는 것. 행복에 대한 맹목적인 집착은 오히려 불행을 야기하지만 그녀에게 타협은 없다. 계속 장애물을 제거해나가며 자신이 생각한 가족을 완성하려 한다. 

"행복은 뺄셈이야. 완전해질 때까지,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 가는 거"



 가족을 떠나 할머니와 살았던 유년시절 때문에 그녀가 이렇게 된 걸까? 유나를 제외한 나머지 주변 인물들의 입장에서만 이야기가 서술되기에 정확히 알 수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범죄의 면죄부는 없다. 마지막에 나온 작가의 말처럼 우리에겐 행복할 권리와 타인의 행복에 대한 책임이 함께 있다. 삶을 이해하고 자신의 삶을 사는 사람이라면 타인의 삶에 무감각할 수 없다. 그런 면에서 그녀는 자존심은 강하지만 자아는 없는 나르시시스트의 전형을 보여준다. 



 사회에서 정의하는 행복이 있다. 인터넷, SNS와 같은 미디어를 통해 완벽히 행복한 가족의 모습이, 이상적인 생활양식, 사고패턴이 사람들에게 은연중에 스며든. 서로 공유, 재 확산하며 확장되는 과정에서 진위여부는 가려지지 않고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질 뿐이. 내 생각인지 남의 생각인지 구분하기도 전에 진실인듯 세뇌된다. 내가 원한다고 추구한 것이 사회가 조장한 남의 의식에 불과한 일 가능성이 다. 허상에 불과한 이상적 이미지를 따라간 결과는 행복에 다다를 수 없다. 애초에 남의 의식이었기에 노력을 하면 할수록 나의 삶에서 멀어진다. 



 어린 시절 결핍에 대한 자신의 욕구를 타협 없이 신앙처럼 굳게 믿는 유나와 내면에 끈질기게 새겨 있던 아버지의 노래를 끝내 끊고 나아가는 재인. 작가는 유나를 통해 "난 참 운이 없어."라며 열등감과 패배의식을 전부 가족 탓, 남 탓으로 돌려버리는 나약한 자아를 보여준다. 그녀의 언니 재인을 통해 어린 시절 사랑을 갈구하며 남이 좋아할 만한 역할만을 선택하는 수동적인 자아를 드러낸다. 어른이 되어서도 이들을 자각하고 끊어내지 못한다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스스로가 만든 심연의 늪에 빠져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고 힘들게 하거 다른 사람의 늪에 끌려가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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