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어찌 #우연히 #갑작스럽게 #그런데_해외로)
영어스터디 모임을 나갔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는,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회사 생활에만 갇혀 있던 나의 시각을 넓히고 싶었다.
둘째는, 앞으로 뭘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뭘 해도 영어는 중요할 테니 일단 영어공부를 좀 하고 있자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그곳에서 나는 생각지도 못한 엉뚱한 것을 발견했고, 그것은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그것은 바로 우리 모임방 바로 옆에 A4용지에 대충 프린트하여 붙여 놓은 “직장인 투잡 모임”.
"직장인 투잡? 오… 재미있겠는데? 무슨 투잡을 하는 거지? 지금 나한테 딱 필요한 거 아냐?"
내 눈이 다시 빛나고 설렘이 느껴졌다. 알고 보니 그 모임은 각자 다른 일을 하는 직장인 6-7명이 모여 “ebay”라는 해외 쇼핑몰에 물건을 파는 방법을 공부하던 모임이었다.
나는 ebay가 뭔지, 그런 게 있는 줄도 몰랐었지만 해외 쇼핑몰이라는 말에 관심이 생겨 나도 그날부터 그 모임에 바로 합류하게 된다. 국내 쇼핑몰은 이미 그때도 너무 포화상태라 생각해서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해외 쇼핑몰에 한국 물건을 파는 것은 지금도 그렇지만 2011년 당시 굉장히 생소했다. 우리나라에서 그걸 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으니 내가 하면 희소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특이하게도, ebay는 전 세계 3억 5천만 명의 회원들에게 물건을 팔 수 있는 글로벌 사이트고, 2017년 기준 12개월 동안 구매 내역이 있는 Active User만 1억 7천만 명이다. 대한민국 모든 국민들에게 물건을 팔아도 약 5000만 개밖에 못 파는데, ebay는 전 세계 3억 5천만 명(가입 회원수 기준)에게 내 물건을 팔 수 있었다. 그리고 한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파는 물건은 소싱처가 대부분 비슷해서 같은 물건으로 가격경쟁이나 마케팅 경쟁을 해야 하지만, 해외 쇼핑몰에는 한국 상품이 별로 없으니 내가 크게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높은 마진을 남기며 팔 수 있었다.
그리고 온라인!! 인천에서 서울로 대학 4년, 직장 4년을 출퇴근하며 8년 동안 매일 길바닥에 4시간씩 버려온 나는 이제 출퇴근할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전철만 타면 구역질이 나오려고 하던 시기다. 그런데 나 혼자 집에서 잠옷 입고 해도 되는 일이라니! 온라인 사업! 그게 바로 내가 찾고 있던 일이었다. 망하면 어떡하냐고? 뭐 어때.. 온라인인데 투자금이 얼마나 되겠어~ 망해도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 그러면 망해도 경험은 남겠지~ 그 경험을 반영해서 다른걸 또 찾으면 되지~ 그렇게 가볍게 생각하고 나는 그 모임을 알게 된 바로 다음날 혼자서 회원가입을 하고 상품을 올렸다. 지금은 1분이면 하는 상품등록을 그때는 선생님도 없고 교재도 없고, 국내 인터넷을 아무리 뒤져도 정보가 나오지 않아서 영어로 된 사이트를 혼자 이것저것 눌러보며 5시간 동안 상품 등록을 했다.
그리고 이 일은, 이후의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리게 된다. 그 시절 내가 상상도 못 했던 수입과 사회적 지위, 그리고 자유를 얻게 되었으니 말이다.
* What's eBay?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전자상거래 기업 eBay는 굉장히 독특한 쇼핑몰이다. 그 시작은 이러하다. 1995년, 설립자인 피에르 오미디아가 자신의 개인 홈페이지에 경매 기능을 붙인 뒤 시범 삼아 ‘고장 난 레이저포인터’를 올렸는데, 놀랍게도 그 물건이 14.83달러에 낙찰되었다. 너무 높은 낙찰 가격에 놀란 오미디아가 구매자에게 레이저 포인터가 망가진 걸 알고 있는지 물었더니 구매자가 “나는 고장 난 레이저 포인터를 수집하는 사람이다.”라고 대답했다. 그 일을 통해 인터넷을 통한 개인 간 거래의 가능성을 본 오미디아는 다양한 물건을 사고파는 웹사이트인 옥션웹(AuctionWeb)을 취미로 운영하게 되었고, 옥션웹은 이듬해인 1996년 거래 건만 총 25만 건, 1997년 1월 한 달에만 200만 건을 기록할 만큼 폭발적으로 성장한다. 그 후 사명이 바뀐 eBay는 2024년 기준 총 거래액 $10.3 billion (약 14조 4200억 원/ 환율 1400원 기준) 전 세계 190개 국가의 1억 3천만 명 이상이 물건을 사고파는 세계 최대 오픈마켓이 되었다.